[소부장 현장속으로] 1년간 투자 유치만 4조원...’땅부자’ 새만금 산단 비결
올해 정부가 2차전지(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특화단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전라북도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산단)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배터리 업계의 크고 작은 기업이 잇따라 새만금 투자에 나서면서 대지 확장성과 세제혜택에 기반한 이곳의 경쟁력이 재조명된 까닭이다.
새만금은 전라북도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총길이 33.9km의 방조제로 막고 흙을 매립해 육지화한 국내 최대 규모의 간척지다. 1991년 착공 후 18년5개월에 걸쳐 만들어졌다. 매립을 통한 신규부지 확보와 기업 유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면적은 409㎢(여의도의 140배, 파리의 4배)에 달한다. 정부는 새만금의 체계적인 개발과 관리를 위해 2013년 ‘새만금개발청’을 설립하기도 했다.
◆ 태생부터 투자 유치에 최적화된 ‘땅부자’ 새만금
새만금의 경쟁력은 광활한 대지와 투자에 최적화된 지역 정책에서 나온다. 태생적으로 타지역 산단들보다 개방적이고 기업 친화적인 DNA를 갖고 있는 탓이다.
최근 직접 둘러본 새만금 산단은 실제로 한눈에 담기 어려운 규모를 자랑했다. 넓은 대지가 1~9공구로 나뉘어 있고 공구 하나도 맨눈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새만금개발청 내에 마련된 전망대와 망원경을 통해서야 비로소 일부라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엔 이미 기업들이 입주한 지역도 있지만 아직 개발과 공사가 진행 중인 지역이 훨씬 많았다. 적어도 공장 신설과 증설 시 부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땅부자’ 지역이다.
또한 새만금처럼 중장기적으로 공항, 철도, 항만이 한 데 모이는 산단지역은 국내에서도 손꼽는다. 신항만은 해수부가 5만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 2선석을 2026년 개항 목표로 건설 중이다. 공항과 철도는 국토부가 각각 2029년 개항과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설계 중이다.
새만금개발청에서도 이를 이용해 부지 가격은 최대한 저렴하게,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 새만금 내에서도 이미 가로세로축인 동서도로와 남북도로를 통한 이동성이 확보되어 있다. 향후 산단 내 노동자들의 출퇴근이 한층 용이해질 수 있도록 일부 공구에는 생활형 지역이 조성될 예정이다.
새만금에 설치된 2.8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은 기업들이 추진 중인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 선언) 실현에 유리한 조건이다. 공업용수 공급량 또한 현재 10만톤 이상의 여유가 있다. 이는 기업 투자 현황에 따라 추가 개발 계획이 선제적으로 이뤄지므로 에너지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 공시지가 1% 가격에 최장 100년 임대
다양한 조세감면 혜택도 최근 기업들이 새만금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먼저 대도시, 과밀억제권역에서 본사나 공장 이동 시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다양한 항목에서 3년에서 5년까지 감면혜택이 제공된다.
또 지난해 12월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법안(새만금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존 새만금 산단에만 적용되던 법인·소득세 감면 혜택이 새만금 전 사업지역으로 확대됐다. 기업의 초기 사업비 경감을 위한 임대용지는 올해까지 총 52만㎡가 확보돼 기업은 공시지가 1% 수준에 최대 100년 임대를 보장받을 수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등에서 조성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혜택도 있다. 예컨대 최대한도 100억원, 투자금액의 5~10% 범위 대규모투자 보조금을 비롯해 고용 인력와 이전, 신·증설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보조금이 제공된다.
외국 투자기업(외투)에는 정상가액의 30~50% 수준 임대료와 분양가 지원이 이뤄진다. 올해 4월엔 기업소통 일원화 채널인 ‘원스톱지원센터’가 마련돼 이 같은 혜택에 대한 상담과 조율, 애로사항 처리가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입지와 인센티브의 재조명은 새만금의 확 달라진 투자유치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지난 11일 최근 1년간의 성과를 두고 “빈 땅이 널렸던 새만금에 기업이 몰려와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새만금개발청 개청 직후인 2013년 9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누적 투자액은 1조4740억원이었다. 연간 투자액이 가장 높았던 건 2021년의 4217억원이다. 반면 배터리 산업이 집중 성장기에 접어들며 새만금을 찾는 기업이 늘어나자 2022년 5월부터 현재까지 연간 투자액은 이미 4조176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약 9년의 성과보다 지난 1년의 성과 규모가 3배 이상인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초까지 새만금 내 배터리 관련 기업은 전해액 업체 2곳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신공장을 설립 중인 기업들을 포함해 14개로 대폭 늘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이엠(GEM)이 새만금에 배터리용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는데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일은 개청 이래 제조분야 최대 유치 실적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기업들이 신규투자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배터리 4대 구성요소 중 3종이 향후 새만금 산단을 통해 국내외에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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