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사업에 대기업 뛰어든다?…업계 갈등 평행선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그동안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개선방안이 공개됐다. 1000억원 이상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게 골자다. 그동안 대기업은 민간투자형 사업이나 일부 예외 인정 사례를 통해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사업이 가능했다. 다만 1000억원 이상의 사업이라는 기준을 두고 업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 방안을 공개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입장이 치열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막상 6월 3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비공개 토론회에선 차분하게 업체들의 의견 경청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토론회 이후 각 대중소 기업들은 저마다의 논리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기업측에서는 1000억원 이상의 사업이 많지 않은데다 이미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생긴 이후 사업부를 철수한 기업이 많다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중소·중견기업측에서는 그동안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보다 상생할 수 있는 대안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대형 공공 사업에 대기업 참여 허용…상생협력 평가 기준 완화
현행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소프트웨어 사업 금액과 관계없이 상호출자제한집단 대기업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민간투자형 사업 외 상호출자제한집단 대기업은 국가안보, 신기술 분야 등 심의를 통해 예외 인정된 사업에 한해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개선안은 이에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 예외심의 없이도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도록 했다. 그 외 사업은 현행대로 예외심의를 통해 참여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사업 및 10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상생협력의 취지는 유지하되 주사업자의 역할과 책임, 기술력 위주 경쟁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상생협력 평가 기준과 배점도 완화한다. 등급별 중소기업 참여지분율 최고등급을 현행 50%에서 40%로 개편하고, 상생협력 배첨을 5점에서 3점 이상으로, 등급 체계를 3등급으로 개편한다.
소프트웨어 사업 중 정보화전략계획(ISP) 등 설계·기획 사업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참여제한 대상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제외하도록 법령도 개선한다. 설계·기획 단계에서 역량있는 기업의 참여 확대를 통해 본사업에서 과업변경 최소화 등 품질 제고와 발주기관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 업계에서는 "대형 공공 사업 없어…실효성 글쎄"
다만 대기업은 시큰둥하다.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기준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진행된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심의 대상 사업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인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은 19건에 불과했다.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생긴 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접은 기업들도 있다. 이들이 다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뛰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이번 개선안은 일부 완화에 불과하기 때문에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에 참여하려 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문턱이 낮아진 것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상장 및 신규 사업 발굴, 매출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일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사들은 지속적으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제한에 대한 완화를 요구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문호를 확대하는 시금석이 됐다는 평가다.
중소·중견 IT 업계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완화 자체에 완강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품질저하가 중소·중견기업만의 문제는 아니고,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입법할 당시의 취지를 돌이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1000억원 이상의 사업이라 하더라도 어떤 분야에 대해 제한을 풀 것인지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중견 IT 업계 한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사업을 무리하게 합산해 인위적으로 1000억원을 만드는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소프트웨어 진흥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며 "품질저하의 문제가 되어왔던 사업분야를 개선하는 게 타당하고 그래야 이번 제도 개선에 대한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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