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까지 복제"…삼성 30년 노하우 中에 넘긴 韓 반도체 인재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임원 출신 등 7명 기소
- 국가핵심기술 유출…최소 3000억원 피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중국으로 빼돌린 이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출신이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했다는 점에 파장이 클 전망이다.
12일 수원지방검찰청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진성)는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공장 도면을 본떠 현지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려던 A씨를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에 가담한 6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삼성전자 상무와 SK하이닉스 부사장을 거친 인물이다.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8년 동안 일한 그는 2000년대 초중반 메모리 업계 최저 제조원가, 최고 생산량 확대 등 기록을 세우면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의 달인’으로 불린 반도체 전문가다. 다른 피의자들은 전 삼성전자 직원 3명, 전 삼성 계열사 직원 2명, 전 협력사 직원 1명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대만 전자제품 생산·판매업체로부터 8조원 규모 투자를 약정받아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참고로 시안에는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삼성전자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을 부정 취득 및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A씨는 중국, 대만 등에서 수조원대 자본을 확보해 중국·싱가포르 등에 반도체 회사를 세웠다. 2020년에는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아 반도체 제조법인을 설립했다. 이전에는 고액 연봉을 내세워 국내 반도체 인력 200명 이상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삼성전자 시안 사업장에서 1.5킬로미터(km) 떨어진 곳에 해당 공장을 그대로 본뜬 ‘복제판 공장’ 건설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때 빼돌린 게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 공정 배치도 등이다.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클린룸을 불순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 조건을 일컫는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8대 공정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서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만 기업의 8조원 투자가 불발되면서 공장이 올라가지는 못했다. 다만 A씨 회사는 여전히 관련 자료를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지난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완공해 삼성전자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8월 국정원으로부터 해당 첩보를 입수했으나 A씨의 중국 장기체류 등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병원 치료 등을 이유로 올해 2월 입국했다가 형사 입건됐다. A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가운데 검찰은 구체적인 기술 유출 경위와 추가 범행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에 유출된 것은) 삼성전자에서 30년 이상 수많은 시행착오와 R&D,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얻은 자료다. 최소 3000억원, 최대 수조원 가치를 지닌 영업비밀”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그대로 복제돼 동일·유사한 품질의 반도체가 대량 생산되면 국내 산업에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업계의 근간을 흔들어 우리 경제안보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범행에 해당된다”며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손해를 야기하는 반도체 기술 등 영업비밀 및 국가핵심기술 침해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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