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CEO열전 - 윤종규 KB금융 회장 ] 언제나 혁신의 선봉, 탁월한 성과… 그러나 풀지못한 숙제 (上)
-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혁신에 과감… KB금융 ‘종합금융플랫폼’ 위상 큰 성과
-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탈(脫) IBM 메인프레임’ 전략 실기(失期) 평가속… IT인프라 혁신 여전한 숙제로
- ‘차세대’ 대신 선택한 국민은행 ‘코어뱅킹 현대화’ 전략에 여전히 금융권 의구심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현재 3연임중인 KB금융의 윤종규 회장 임기가 올 11월 만료됨에 따라 ‘포스트 윤종규’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정상 올 8~9월중 차기 KB금융 회장 최종 후보자 1인이 선정된 후, 11월 임시주총에서 공식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민은행장을 역임한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내 핵심 인사 3~4명이 숏리스트에 포함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누가 되더라도 후임자는 국내 최강의 ‘종합 디지털금융플랫폼’이란 탄탄한 자산을 물려받게된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윤종규 시대의 선물’이다.
물론 윤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에선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윤 회장의 역할이 계속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않다.
1955년, 전남 나주 출생인 윤 회장은 광주상고 졸업후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다만 정통 은행원 출신이란 평가보다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내다 KB금융그룹에 영입된 이력, 그리고 김앤장법무법인의 고문을 지낸 프로필 때문에 전형적인 전략통으로 평가받는다.
◆디지털금융 혁신으로 KB금융, 환골탈태… 윤종규 회장의 헌신
윤종규 회장 취임 이전, 국내 금융권에서 KB금융의 디지털 및 IT 전략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낙후됐다’, ‘뒤떨어졌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구(舊) 주택‧국민은행 IT통합 시절의 극악스러운 내부 갈등까지는 굳이 소환하지 않더라도 통합 국민은행 출범이후, 2007년4월부터 2010년2월까지 3년의 개발끝에 오픈한 첫 차세대시스템(일명 ‘My Star’)이 시장으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국민은행은 외환, 농협, 신한,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 은행들과는 달리 유닉스(Unix) 오픈환경이 아닌 기존 IBM 메인프레임을 주전산시스템으로 고수한채 6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권에서 유닉스 오픈 환경으로의 전환이 아닌 메인프레임 고수는 분명히 시대적 흐름과 거리가 있었고, 이는 KB금융그룹 내부에서 끊임없는 혁신성 논란의 빌미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담이 시간이 흘러 결국 2014년 5월, 그 유명한 KB금융그룹내 ‘IBM 주전전산기 선정 사태’를 촉발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당시 다시 새로운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띄워 ‘탈(脫) IBM 메인프레임’을 검토하던 국민은행이 실제로 내부 검토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을 결정하자 ‘이 결정이 절차적으로 잘못됐다’면서 갑자기 국민은행 J감사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데 이 반발 배경에 당시 한국IBM 대표였던 셜리 위 추이가 “IBM 메인프레임을 계속 채택해 달라”는 메일을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에 보낸 사실이 드러났고, J감사의 이의제기 맥락과도 연결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의 대립이 격화됐고, 국민들 눈에는 ‘복잡한 사연을 가진 전산 납품비리’사건으로 오해되기에 충분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두 사람 모두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됐고, 둘 다 옷을 벗었다.
이러한 흑역사 때문에 국민은행의 IT혁신성, 나아가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KB금융그룹내 내부 진통이 극심했던 2014년 10월,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으로 최초 선임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KB금융의 역사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지난 2017년 3월초, 윤 회장은 일주일간 미국을 방문한다.
당시 윤 회장은 KB금융지주사를 비롯해 국민은행, 증권, 카드, 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계열사 임원과 떠난 미국 출장길에서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공룡 기업과 온데크(OnDeck) 등 핀테크 업체, 골드만삭스 관계자들과 차례로 만난다.
그리고 이 미국 출장이후, KB금융그룹내 IT전략 기류는 근본적으로 큰 변화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그때까지 IT 혁신 논의의 중심에 놓여졌던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대신 KB금융그룹내 IT혁신의 관심 대상은 ▲핀테크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와관련 당시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국 현지 기업의 실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얘기를 한다. 이제 우리도 근본적으로 좀 더 펼쳐서 봐야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윤 회장은 미국에서 열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연례 컨퍼런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최대가전 전시회 CES 행사 등에 참가하는 등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한 노력이 축적됨으로써, 현재 KB금융은 각종 디지털금융 플랫폼 및 IT 혁신 지표에서 국내 금융권 최상단의 레벨을 유지하고 있다.
조직 구성의 완결성도 좋다. KB금융지주의 디지털 및 IT조직에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경영진으로 촘촘하게 중복 배치함으로써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혁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 그러나 빛과 그림자
이같은 윤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의 ‘IT 혁신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윤 회장의 책임도 없지 않다.
KB금융이 지난 5~6년간 ‘디지털혁신’ 이슈에 집중하는사이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혁신의 열기는 상대적으로 차갑게 식어갔다.
결국 KB금융그룹 디지털 혁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있어 튼튼한 뒷받침을 해주는 IT인프라의 뼈대라 할 수 있는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채 시간이 흐른 것이다.
2020년10월, 국민은행은 1500억원을 들여 ‘더 K 프로젝트’를 완성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보계시스템에 국한된 정보화 사업에 불과하다.
계정계시스템 혁신을 의미하는 차세대 프로젝트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기회는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윤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디지털혁신’에 꽂혔던 2017년3월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마침 그 당시 국민은행 IT그룹은 2020년2월 개통을 목표로, 유닉스 기반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30개월간 진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고, 전담 조직도 구성한 상태였다. 이는 2025년7월까지 설정돼있는 IBM과의 전산장비 할인 계약인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만료 일정까지 감안한 행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은행 계정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계획은 어찌된 영문인지 이후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고, 동시에 IBM과의 OIO계약 만료일 이후 국민은행의 선택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또 다시 그렇게 몇년의 시간이 흘러, 결국 지난해 국민은행은 ‘코어뱅킹 현대화’(Core Banking Modernization, CBM)라는 다소 생소하고 모호한 이름의 혁신 전략을 선언했다.
‘차세대시스템’(Next Generation)이란 명칭 대신 ‘부분 개선’을 뜻하는 ‘현대화’라는 명칭을 붙였다. ‘차세대시스템’과 ‘현대화’는 분명히 결이 다른 뉘앙스다.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IBM 메인프레임 주전산시스템 기반위에서 뱅킹시스템의 혁신을 추진하기 때문'으로 대체로 인식하고 있다.
혹자는 '은행 차세대시스템'(NGBS)은 마치 신도시 계획처럼 향후 10년~15년을 내다보는 밑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이고, ‘코어뱅킹 현대화’는 기존 주택의 지속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혁신과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코어뱅킹 현대화’라는 개념은 기존 은행의 핵심 뱅킹시스템을 최신 기술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의미할 뿐 어떠한 특정 기술로의 전환으로 특별히 규정되지는 않는다. 클라우드, 듀얼 코어뱅킹 등 동원할 수 있는 혁신의 방법을 통해 결과적으로 성능치를 끌어올리면 된다.
다만 향후 IT인프라와 아키텍처의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두 방식이 가진 장단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극악한 경쟁에 노출돼있는 국내 금융 시장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제는 유닉스 마저 x86에 밀려 노후화된 시대다.
따라서 국민은행이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을 지금 시작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 그렇다고 x86 환경으로 전환하기에는 초대형 은행인 국민은행의 덩치를 고려했을 때 기술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 현재 국민은행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을 바라보는 국내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코어뱅킹 현대화’와 관련, 국내 금융권에선 이를 벤치마킹할만 마땅한 사례가 없다.
국민은행이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의 계정계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무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업무를 순차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과 효율성 확보에 대한 의구심은 국민은행이 풀어야할 숙제다.
국민은행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의 구체적인 일정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지속적인 혁신 과제라는 의미이며, 동시에 이는 클라우드 전환 사업이 가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매년 6월말 발간하는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단행본에 수록될 내용중 일부를 발체한 것으로, 출간의 기사와 책의 내용이 다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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