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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배 재도약] ④ 핵심시장 선점한 K-배터리, 中 두렵지 않다

이건한 기자
'K-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대표이사 3인.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지동섭 SK온 대표. (사진=각사)
'K-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대표이사 3인.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지동섭 SK온 대표. (사진=각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2차전지(배터리)는 글로벌 산업계에서 ‘반도체 강국’으로 자부심을 다져온 한국에 또 한번 ‘코리아(Korea)’를 각인할 유망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열강이 ‘배터리 패권’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발 앞서 선두를 점한 K-배터리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핵심 배터리 기술의 우위와 전기차 산업 급성장기에 발맞춰 선점한 주요 시장 거점 등이 그 발판으로 꼽힌다.

◆ 격동의 시기, 점유율로 두각 드러낸 K-배터리

현재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시장 점유율 통계다. 전기차·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조사한 2022년 전세계 배터리 사용량 통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5.6%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국산 중심의 특수성이 강한 중국 시장을 제외한 통계에선 3사 합산 점유율이 53.4%에 달한다.

자료=SNE리서치
자료=SNE리서치

이 같은 통계를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유의미한 경쟁이 가능한 곳은 중국의 CATL(닝더스다이)과 BYD(비야디), 일본의 파나소닉 정도다. 최근 자국 중심 전기차 및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열심인 미국은 물론, 유럽 기업은 아직 상위 10위권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반면 전기차 시장은 이미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SNE리서치 기준 2022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1083만대다. 전년 대비 61.3% 폭증했다. 올해는 등록대수 총 1478만대로 약 36.4%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향후 예정된 더 많은 전기차와 배터리의 수요는 앞서 시장을 선점한 한국 기업에 유리한 기회로 돌아오고 있다.

2017년~2023년 전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 전망. (자료=SNE리서치)
2017년~2023년 전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 전망. (자료=SNE리서치)

◆ 삼원계 배터리와 IRA, K-배터리의 양대 성장축

한국 배터리 3사는 2010년대 초반부터 일찍이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원계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중심으로 배터리 시장을 장악해왔다. 삼원계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에 NCM(니켈·코발트·망간) 혹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3가지 광물 조합이 주로 사용된 배터리를 말한다. 현존하는 배터리 중 전기차 1회 주행거리가 가장 길고 무게가 가벼워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하이니켈’로 불리는 니켈 함량 80~90% 수준의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는 현재 핵심 라이벌인 중국이 쉽게 격차를 좁혀오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다. 2022년 전세계 삼원계 배터리 비중은 약 70%에 달했다. 하이니켈 배터리 제조에 필수인 고순도 양극재 또한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 한국 소재 기업들이 세계 Top10 수준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산 중저가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점은 경계의 대상이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18년 7.1%에서 2022년 27.2%로 껑충 뛰어올랐다. 다만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도 이미 신규 LFP 배터리 개발 및 양산 준비에 힘을 집중하며 대응을 준비 중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K-배터리의 영향력 확대가 더욱 가속화될 핵심 발판으로 평가된다. 올해 시행이 본격화된 IRA는 친환경 산업 전환을 가속하고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구입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때 주요 조건은 ▲미국에서 제조한 친환경차 ▲북미에서 생산·조립한 배터리 부품 50% 이상 사용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한 배터리용 핵심광물 40% 이상 사용 등이다. 부품 및 광물 비중은 2023년 기준으로, 매년 10%씩 증가한다. (부품 최대 100%, 광물 최대 80%)

IRA는 위 조건을 충족한 배터리 제조사에도 1kWh당 최대 45달러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한다. 이 덕분에 이미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해만 약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IRA가 규정하는 해외우려국가(FEOC) 지정 가능성이 높은 중국 기업은 이 같은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우회로를 찾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현재 미국이 주요 전기차 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패권경쟁 국가인 중국의 시장 참여를 견제하겠단 의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도태된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 유의미한 경쟁자는 일본 파나소닉 정도가 남는다.

미국에 이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유럽 시장에서도 폴란드, 헝가리 등 주요 거점시장을 선점한 한국 배터리 업계의 전망은 밝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에 호의적이다. 미국 진출이 막힌 중국 기업들도 유럽 진출을 다각적으로 모색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자국에서의 성공 신화가 해외 현지에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무시하긴 어렵다”면서도 “관건은 해외에서도 내수시장만큼의 가성비,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공장 가동까진 평균 3조원 이상의 막대한 건설 비용과 양산 단계까지 2년 이상의 긴 시간이 요구된다. 양산 후에는 불량품 비율을 최소화하는 수율 최적화가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또 한번 큰 비용과 시행착오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지 제조시설을 가동할 전문인력 양성 또한 쉽지 않은 문제로 꼽힌다.

이 점에서 한국의 배터리 3사는 중국보다 앞서 유럽 생산거점을 안정화하고 노하우를 확보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신규 고객사 선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사의 전세계 배터리 사업 수주잔고는 연내에 10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2022년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385조원, SK온이 29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SDI는 수주잔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약 140조원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도 GM,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미국 내 신규 합작법인 설립 소식이 속속 전해진 가운데 수주잔고 규모는 계속 확대될 여지가 크다.

관련해 한국 배터리 3사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1분기 매출 총합은 전년 동기 9조6000억원보다 80% 증가한 1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3077억원에서 6639억원으로 115.7% 증가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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