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삼성에 고하다…"엑시노스, 갤럭시S 복귀 추진"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은 제품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플래그십 재진입을 추진하겠다.”
지난달 말 권혁만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해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 칩(PMIC) 등을 설계하는 부서다. 이곳에서 디자인한 반도체는 대부분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찍어내고 이를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또는 외부 업체가 활용하는 구조다.
즉,MX사업부는 LSI시스템사업부의 고객이다. 즉, 권 상무의 발언은 엑시노스 AP를 ‘갤럭시S’ 시리즈를 다시 투입하겠다는 일종의 내부로부터의 선전포고다.
양 사업부 간 미묘한 기류는 이전부터 흘렀으나 지난해 격화했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22’ 시리즈가 ‘게이밍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해당 기기에는 퀄컴과 시스템LSI사업부가 AP를 양분했다. 성능 이슈가 불거진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등장한 ‘갤럭시S23’ 시리즈에서는 전량 퀄컴 AP ‘스냅드래곤8 2세대’가 탑재됐다.
삼성전자 출신의 한 전자부품 업체 임원은 “같은 삼성이라고 써준다기보다는 제품 성능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 결과”라며 “이번 건을 계기로 더욱 냉정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2023’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어떤 AP를 사용할 것이냐는 단말 경쟁력 최대화에 중점을 둔다”면서 “엑시노스인지 스냅드래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칩셋이 소비자에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스템LSI사업부는 절치부심했다. 갤럭시 전용 AP 개발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사업부를 이끄는 박용인 사장은 “잘 준비하고 있다. 좋은 소식이 있을 테니 지켜봐 달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초에는 AMD의 초저전력·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지적재산(IP) 기반으로 만드는 차세대 솔루션을 엑시노스 라인업에 확대 적용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지난 2019년 라이선스 계약을 공식화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 AMD와 협력 확대를 넘어 다른 의도가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업계에서는 올해 말 ‘엑시노스2400’를 선보이고 내년 공개될 ‘갤럭시S24’ 시리즈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갤럭시S23이 판매된 지 2~3달밖에 지나지 않아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는 상태다. 다만 신제품 구상이 반년 이상 이뤄지는 만큼 상반기 내 엑시노스 AP 장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재진입’이라는 단어를 쓴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권 상무는 ‘갤럭시S24부터 엑시노스 AP가 다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면 되는지’라는 질문에 “MX사업부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주요 거래선으로 갤럭시 시리즈 모든 세그먼트에 적용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사업 전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플래그십 재진입도 추진 중”이라고 답변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MX사업부 입장에서도 퀄컴이 독점하기보다는 이원화하는 그림을 원할 것”이라며 “시스템LSI사업부로서는 프리미엄은 물론 중저가 모델에서 점유율을 수성하는 한편 자동차 등으로 AP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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