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급준비율 공개? 무용론 대두 …왜?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매분기 또는 1년에 한번 회계법인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급준비율을 공개하고 있는 원화마켓거래소 자료에 대한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4일 두나무, 빗썸, 코인원 등 원화마켓거래소들이 공개한 회계법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업비트는 올해 1월 기준 가상자산 관련 지급준비율 101.86%, 금전 107.85% 를 기록하고 있다.
빗썸은 지난해 말 기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101.5%, 예금은 129.2%라고 밝히고 있다. 코인원은 가상자산 101.01%, 예금 총액 113.72%다.
지급준비율은 본래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상 고객 예치금은 거래소 고유재산과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지급준비율 100%를 만족해야 한다. 은행처럼 중앙기관에 일정 준비금을 예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생긴 사항이다.
문제는 이를 입증해주는 회계법인들의 공통된 지급준비율 감사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현재 통용되고 있는 회계기준서에는 거래소 지급준비율 내용이 다뤄지고 있지 않다. 이에 따르면 각 회계법인의 자율근거에 따라 거래소가 제출한 자료만을 가지고 감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현재 회계법인이 대체로 가상자산의 가치를 특정 시점으로 정해두고 원화로 환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급준비율을 산정할 때, 특정한 실사기준일 시점 거래소 내 최종 체결가나 USD 환율로 환산해 계산한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코인시장의 특성상 24시간 마켓이 운영되고 대내외적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도 가격 변동폭이 크다.
홍익대학교 홍기훈 교수는 "특정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기준으로 지급준비율을 산정하면 원할 경우 얼마든지 자산 규모를 의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라며 "현재 구체적으로 자산항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거래소가 다수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시점의 지급준비율을 공개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거래소의 지난해 당기순익이 자체 보유 코인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해 전년대비 94.1% 감소한 당기순이익에 대해 가상자산 시세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빗썸 역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85% 넘게 하락한 상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거래소가 고객 예치자산 외 거래소 자체 보유 코인과 현금을 이유로 지급준비율이 100%가 넘는다고 제시하면서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보유 코인 가치가 시세에 따라 감소하면 각 거래소에서 자체 자산을 포함해 명시하고 있는 100% 초과라는 지급준비율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급준비율을 검증할 마땅한 기관이나 법 부재 현실도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실상 현 시점에서 업계를 규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역시 지급준비율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현재 거래소는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법상으로는 지급준비율을 충족할 필요가 없어서다.
이와 관련 원화거래소 관계자들은 고객이 맡긴 자산은 별도 지갑에 보관돼 관리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원화거래소 관계자는 "만일 뱅크런 사태가 발생해도 전부 환급이 가능한 상태"라며 "고객이 예치한 코인이나 현금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지 출금할 수 있고, 초과보유량에 대해서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기순이익과 같은 거래소 재무구조에 영향이 있을 순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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