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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KT CEO 잔혹사…그룹 경영 공백 어쩌나 [IT클로즈업]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기 주주총회가 불과 1주일 남은 상황에서 만약 윤 후보가 사퇴를 고집할 경우, KT는 대표이사 선임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구현모 현 KT 대표의 연임 선언 이후 불거진 CEO 경선 장기화로 초유의 경영 공백 우려가 불거지며 KT는 물론이고 5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정부·여당 압박 심해지면서 윤경림 후보자 사퇴 의사


윤경림 후보는 지난 22일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사의를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내가 더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고 발언했고, 이사진은 회사 상황이 어려워진다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하고 오는 31일 주총에서 대표이사 후보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이 심해졌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윤 후보를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엔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검찰이 구 대표와 윤 후보 등의 배임·일감 몰아주기 등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윤 대표가 더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같은 CEO 리스크가 지난 20년 간 정권이 바뀔 때보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KT는 지난 2002년 정부 소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면서 민영화된 민간 기업이다. 현재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난 2월27일 기준 8.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이 없는 소유분산기업 KT는 지난 20여년 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흑역사를 반복했다. 특히 연임을 시도하다가 불명예 퇴진한 사례도 있다.

◆민영화 21년째인데…정권 바뀔 때마다 수난

실제 민영화 20년 역사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등 5명이 대표직에 올랐지만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모두 채운 인물은 황창규 전 회장 뿐이다.

초대 사장이었던 이용경 사장이나 구현모 현 대표는 연임을 시도했다가 중도 사퇴했다. 남중수 사장이나 이석채 회장처럼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검찰조사 등으로 결국 불명예 퇴진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3년 임기를 채우고 2008년 2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같은 해 11월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돼 연임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2008년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해다.

이에 따라 2009년 1월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석채 전 회장이 취임했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같은 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2013년 말 배임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퇴진 수순을 밟았다.

이 전 회장의 중도사임으로 당시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을 직무대행으로 하는 비상 경영체체가 가동됐다.

◆‘외풍’ 언제까지…50개 계열사도 발 동동

윤경림 후보자의 이번 사의 표명에 따라 KT 내부는 또 다시 격랑 속으로 치닫고 있다.

만일 윤 후보 사퇴가 결정되면 정기 주총에서 윤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의안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윤 후보가 추천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 폐기돼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된다.

KT가 차기 대표 선임을 재추진할 경우, 상반기 내내 지배구조를 둘러싼 혼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다. KT는 CEO 경선 장기화로 1분기가 지나도록 임원인사나 조직개편을 하지 못했다. 50여개에 달하는 KT 계열사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대선 공신에게 줄 낙하산 일자리를 위해 민간 기업까지 흔들고 있다”며 “KT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고 비정상적인 개입을 중단하라”고 높소리를 높였고, 다수노조인 KT노조는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민영기업이 대표이사 후보를 두번씩이나 뽑아놓고도 파행을 겪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정치권의 인사개입이 이뤄지던 과거 관행을 끊고 지배구조 논란을 해소하는 과감한 혁신 방안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경림 후보자의 사의 표명으로 CEO 선임이 불투명해지면서 KT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24일 오후 12시 현재 KT주가는 전일 대비 0.50% 빠진 2만9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경영 공백기가 불가피한 상황을 반영해 KT 목표 주가를 기존 5만원에서 3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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