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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통사 등장하면 통신시장 경쟁 촉진될까…“글쎄올시다”

백지영

-과기정통부, 2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마련 공개 토론회 개최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통신3사가 국내 전체 이동통신시장의 98%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에서 제4이동통신사가 등장한다면, 과연 시장 경쟁을 촉진할 ‘메기’가 될 수 있을까.

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선 정부 정책이 제4사업자 진입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또 다른 시장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보다는 규제 개혁을 통해 시장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주효하다는 의견이다.

이날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본부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국내 통신시장은 ‘경쟁이 미흡한 시장’”으로 결론지으며 “신규사업자 진입을 통한 시장구조 개선과 알뜰폰(MVNO) 경쟁력 제고를 통한 시장 내 사업자 간 경쟁촉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에서 제4이통사 진입을 추진했지만 설비투자에 대한 재무적 불안정성과 초기 가입자 기반 취약, 기존 이통사 따라하기 전략 등으로 이미 7번이나 실패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최근 알뜰폰 사업자와 온라인 유통채널 확대, 디지털플랫폼 부상 등 과거와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 1월 말 정부가 5G 28㎓ 신규 사업자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제4이통사 논의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외국인 지분제한 등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개선이나 신규사업자 대상 세제혜택, 주파수 할당, 망 관련 제도나 규제, 도매제공, 이용제도, 단말기 유통규제 및 지원 등 통신·전파분야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봐도, 지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OECD 내 신규 이통사 진입 사례는 총 19건(15개국)으로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4~6개사가 경쟁 중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프랑스 일라아드의 자회사인 프라모바일은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5년 만에 가입자 점유율 16.2%를 확보했으며, 2014년 알뜰폰 사업자로 진입한 일본 라쿠텐은 2020년부터는 MNO 사업자로 진출했다. 다만 라쿠텐의 매출 점유율은 1%에 불과해 시장영향은 미미하다.

김 본부장은 “영국 오프콤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2015년 사이 신규사업자 진입한 국가에선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요금 수준이 10.7∼12.4%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선 대부분이 제4이통사 진입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을 보였다.

남재현 고려대 교수는 “경쟁촉진에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 구조 개선인데, 이를 위해선 정확한 시장 판단이 필요하다”며 “앞선 국가 간 비교보다 신규사업자가 과연 국내 통신 시장에 들어오고 싶어할까가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신규 진입하려는 사업자가 없다면, 초과이윤이 있는 시장인지, 시장 진입장벽은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도 “대중이 가진 인식을 보면 마치 통신3사가 악마처럼 보이고, 암묵적인 담합을 한다는 인식이 제법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통신시장은 세계 어디를 가나 과점구조이며, 시장이 성숙되면 서비스나 가격이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품질을 고려한다면 국내 통신사가 특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회수된 28㎓ 주파수 역시 기존 사업자로서는 활용할 서비스나 단말도 없었기 때문인데, 정부 정책이 신규 사업자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면 오히려 정부개입에 따른 시장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보다는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순구 연세대 박사 역시 “3사로도 충분히 경쟁이 안 된 시장에서 1개 사업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얼마나 경쟁이 될까”라고 되물으며 “현실적으로는 통신사 진입 여부 상관없이 규제 통한 경제 촉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뜰폰 활성화를 통한 통신시장 경쟁 촉진 의견도 제시됐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경쟁 상황 측면에선 사업자 수보다는 유효한 경쟁압력 정도가 더 중요한데, 파괴적인 사업전략이 없는 신규사업자 진입은 무의미하다”며 “이보다는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매 사무총장은 “알뜰폰이 주도하는 요금정책만으로 부족하다”며 “32~100GB의 요금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내는 중저가요금제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난 이후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제4이통사를) 현재의 이통3사와 같은 규모나 형태로 만드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지 않다”며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인 방식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자가 이를 발현할 수 있도록 제도와 과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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