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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제4이통 시도, 과거와 어떻게 다를까 [IT클로즈업]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가 정체된 통신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메기’를 찾아나섰습니다.

과거 7차례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 실패했던 만큼 정부의 의지도 남다른데요. 번번이 실패했던 탓에 시장에선 회의적인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정부가 어떠한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 제4이통 걸림돌은 자금조달 능력…인프라 구축 부담 완화 ‘집중’

‘제4이통’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한 수단으로 처음 제시됐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당시 가계통신비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요. 제4이통을 통해 통신시장 내 경쟁이 활성화되면 통신비는 자연히 낮아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매년 제4이통 선정 작업에 나섰는데요. 사업자가 주파수 할당 공고기간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신청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자격을 심사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는 없었습니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세종텔레콤, 퀀텀모바일, K모바일 등이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이들의 발목을 잡은 건 ‘자금조달 능력’이었는데요. 정부는 이들 사업자가 수조원에 달하는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비용과 단말기 지원금 등 마케팅 비용을 조달하기엔 재무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28기가헤르츠(㎓) 신규사업자 지원방안을 살펴보면,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대한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내는데 집중됐습니다.

특히 28㎓ 신규사업자의 경우 전국이 아닌 핫스팟 지역에만 설비를 구축하면 된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그 외 지역에 대해선 알뜰폰(MVNO) 사업자와 같이, 기존 통신사로부터 5G 3.5㎓ 혹은 LTE망을 도매로 제공받아 전국망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과기정통부는 총 300곳의 핫스팟 지역에 설비를 구축하는데 약 3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정부는 정책금융을 통한 4000억원 규모의 자금 역시 조달하기로 공언, 제4이통 진입의 걸림돌이었던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8㎓ 활용한 B2C 서비스 부재…통신사업 매력도 떨어져

하지만 걸림돌을 제거했음에도 불구,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핫스팟 지역에서 28㎓ 기지국을 활용해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지는 결국 28㎓ 신규사업자가 찾아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인데요.

28㎓와 같은 밀리미터파 대역의 경우 전파의 회절성이 약해 장애물에 약하고 커버리지가 짧아 B2C에서 활용하기엔 제한적입니다.

미국의 경우 28㎓ 기지국을 경기장을 중심으로 설치했는데요. 미국은 경기장에서 5G 28㎓ 대역을 활용해 가상게임·경기에 대한 멀티뷰(Multi-View) 등의 실감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Verizon)은 슈퍼볼에서 끊김없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5G 밀리미터웨이브를 활용하기도 했죠.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고, 28㎓를 B2C에서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 수익이 날 만한 서비스는 발굴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런 이유로 기존 통신사업자들도 28㎓ 대역을 B2C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서비스가 먼저 받쳐줘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통신사업이 그렇게 매력적인 것도 아닙니다. 일각에선 통신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28㎓ 신규사업자 후보로 언급되는 가운데, 기존 통신사와 제휴를 맺는 등 협력하는 방안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대부분이 기존 통신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통신사를 적으로 돌리고 큰 비용을 들여 통신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는 거죠. 이미 5:3:2로 고착화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냐도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수익성을 우선하는 사업자들 사이에서 시장을 바르게 이끌어야하는 정부의 입장에선 28㎓를 애물단지로 남겨놓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최근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서울 종로구 HJ 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된 '통신시장 경책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통신사 간 사전 담합이 아닐지라도 요금 구조나 종류를 살펴보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최근 통신사에서 발생한 서비스 장애는 이러한 분위기에 안주하는 가운데 경각심이 사라진 결과가 아닌가 살펴봐야 한다”라며 통신시장 내 경쟁 촉진에 대한 의지를 다졌는데요. 7전8기의 쾌거를 이루기 위해선 신규사업자를 통신시장으로 진입시킬 확실한 유인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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