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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소비자편익 감소”…산·학계, 자율규제 주목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경제 위축 속 플랫폼 산업이 돌파구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 이들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고려되고 있지 않은 점이 현실이다. 법적 규제를 통해 플랫폼 책임과 의무를 더하면 소비자 편익도 증가할까?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선 규제가 필연적이지만, 자율규제가 활발히 전개되는 현시점에선 무조건적인 법적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오히려 행정비용 등이 높아져 상품가격이 높아지는 등 편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플랫폼 자율규제와 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서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율규제 대신 법적 규제를 할 경우, 행정 비용 등 원가 상승 요인으로 수수료 인상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법적 규제로 인한 상품가격 전이로 소비자 잉여는 1~2조 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규제를 강화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큰 플랫폼이 아니라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라는 게 전 교수 주장이다. 소비자 편익 경제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규모별 매출액 1만원당 행정비용을 살펴봤을 때 직원 300명 이상(1.1원)과 1인 기업 행정비용은 70배 이상 차이났다.

행정비용이 늘어나면 결국엔 소비자가 추가적으로 내야 할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기업 혁신 위축으로 상거래 다양성 및 새로운 시도가 줄어 소비자 선택도 제한될 수도 있다. 즉 법적 규제가 소비자 잉여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보다 민간 산업 분야에서 높은 수준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면 자율규제가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이다.
자율규제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인 사례로는 배달의민족 리뷰 서비스 관리 방식이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말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온라인 소비자 리뷰 국제 규약(이하 ISO20488)을 근간으로 한 리뷰 운영 정책을 도입했다.

리뷰 운영 정책은 리뷰 작성·노출·관리·분쟁해결까지 리뷰 서비스 전 운영 과정에 걸친 모든 행위를 정의해 명문화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표현의 자유와 음식점 영업권 보호라는 두 가지 권리가 상호 존중되도록 리뷰 작성 원칙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건전하고 품질 좋은 리뷰 중심으로 리뷰를 정렬하고 이용자 리뷰 통계를 표시해 신뢰·권익보호·개방성을 모두 갖췄다.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기업은 경쟁 속에서 소비자 선택을 통해 이익을 만들어가는 걸 목표로 삼는다”며 “자율규제는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 결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 및 소비자단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플랫폼 자율규제를 위해선 업종과 시장 상황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시장 행위자가 스스로 규제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물론 자율규제는 한가지 규정 형식으로 한정하기 어렵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산업 특징과 방식의 실효성을 감안해 산업 영역별 혹은 쟁점별로 적절한 형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규제를 기업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안에 대해선 감시부터 인센티브까지 여러 의견이 나왔다.

박신욱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자율규제를 적극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핵심은 사업자들이 정보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모든 플랫폼이 참여하는 자율규제 모델이 만들어지면 스스로 도출한 규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모든 참여자 중 자율규제를 잘 지키는 사업자에게 ‘당근’과 ‘채찍’을 확실히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세준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기업 자율규제 자발적 참여를 위해 그 필요성과 인센티브 상대성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단기 매출이나 이익에 해가 되면 기업은 자율규제를 추구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해치고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플랫폼의 경우 법적 규제와 자율규제가 각기 다른 비용 및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율규제가 단기 매출이나 이익에 해가 되더라도 법적 규제 확실한 위협이 존재할 때 자율규제를 진지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동일한 시장 내 영업모델 등이 비슷한 사업자들이 공동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만들 때 능동적 자율규제가 실현된다는 분석이다.

자율규제에서 정부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학계와 소비자단체 간 다른 의견이 나왔다. 자율규제 장점은 사업자들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한다는 것인데 일률적인 자율규제 방식을 공적 주체가 도입하는 건 자율규제 효과를 몰각시킨다는 우려다. 반면 소비자단체에선 플랫폼 영향력 확대와 함께 소비자 피해 사례가 증가하므로 정부 개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일정한 구조와 방향성을 공적 주체가 설계한 후, 시장 행위자에 자율규제 방법 실행을 요구하는 건, 기존 하향식 규제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 사무총장 “자율규제 만으로 플랫폼 관련 많은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며 “공정성과 투명성, 경쟁을 활발히 할 수 있는 방안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시장이 양면적 특성을 갖는 만큼 주제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 가령 독과점 문제에 있어선 중소상공인들과 소비자 희생이 전제되는 개념으로,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플랫폼과 중소상공인 관계, 플랫폼과 소비자 관계에 있어선 대화로 풀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자율규제를 통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박설민 공정위 온라인플랫폼정책과 과장은 “자율규제는 스스로를 잘 통제한다는 개념으로, 중소상공인들과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자율규제 소비자분과에선 소비자 피해확산을 막고, 양질 정보를 제공하는 주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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