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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환영’ vs 변협 ‘불복소송’, 공정위 제재에 엇갈린 희비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수년간 지속된 변호사단체와 법률서비스 플랫폼 간 갈등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가 변호사단체에 내린 이번 조치는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가 대한변호사협회를 신고한 지 약 20개월만에 이뤄진 제재다.

23일 공정위(위원장 한기정)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가 구성사업자인 소속 변호사들에게 특정 법률플랫폼 서비스 이용금지와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구성사업자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잠정 과징금 총 20억원을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들에게 특정 법률 플랫폼 이용 금지나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한한 행위를 제시한 최초 사례다. 또한 각 단체에 부과된 과징금 10억원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금액으로, 해당 조항 기반 공정위 사상 최다 과징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변협과 서울변회는 더 이상 로톡 서비스 이용을 이유로 탈퇴를 요구할 수 없다. 관련해 징계하는 행위 역시 시정명령 취지에 반한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법률서비스 시장에 새롭게 출현한 법률 플랫폼 서비스를 통한 변호사들의 자유로운 광고활동을 제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를 적발해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름 놓은 로톡…“공정위 결정 환영”=로앤컴퍼니는 공정위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 로앤컴퍼니는 “변협과 서울변회의 로톡 탈퇴 종용 행위가 불법이자 불공정 행위임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며 “이번 결정은 혁신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합법 서비스인 로톡을 상대로 변협과 서울변회가 감행한 탈퇴 압박은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버거웠던 불법행위였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로톡은 지난 8년간 변협 등 여러 변호사단체로부터 ▲변호사법 ▲전자상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의 위반 혐의로 수차례에 걸쳐 고소·고발을 당했다. 그 결과는 전부 무혐의였지만, 로톡은 그 과정에서 가입 변호사 약 4000명의 절반을 잃었고, 현재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로앤컴퍼니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와 국민 관심을 거듭 촉구했다. 로앤컴퍼니는 “변협이 이번 공정위 결과를 받아들이고 본 사안의 최종적인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주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로톡이 법률 시장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맞불 공세 ‘변협’, 불복소송 카드 꺼내=반면, 변협 측은 공정위 제재 내용에 반발하며 즉각 불복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사법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변협은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는 법률가 위원들이 전원 배제된 상태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결과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억지로 꿰맞추기 심사를 진행, 부당하게 제재 결정을 내렸다”며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제 업무는 본질적으로 국가 공행정사무에 해당하며, 변호사 직역 공공성과 공정한 수임질서 유지 및 법률사무에 관한 소비자 보호 등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권력 행사”라고 부연했다.

변협이 변호사 중개플랫폼 서비스 이용금지 근거가 되는 규정을 제정해 소속 변호사들에게 안내한 행위는 근본적인 행정행위이므로 공정위 관장 사항을 벗어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변협은 “변호사 중개 플랫폼의 갑작스러운 합법화 과정에는 전임 법무부 장관의 자의적인 판단과 이해할 수 없는 개입으로 기존 판단이 뒤집어진 결과에 기인한 것”이라며 “공정위 소속 공무원 및 전직 관료들의 위법·부당한 자료 유출 및 부적절한 유착 관계 역시 적극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향후 공정위는 변협 측 불복소송에 대해 맞대응을 펼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신동열 국장은 “판정에서도 변협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며 “불복은 피심인 권리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불복하겠다고 하면 공정위도 최선을 다해 소송에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로톡 회생 가능할까…업계 “앞으로가 중요”=업계는 공정위 결정이 당연한 조치라고 여기면서도 제재 수위가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향후 법무부가 공정위 기조를 이어가야만 리걸테크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다음달 8일까지 징계위를 열고 로톡에 가입,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변협에 징계 의결을 받은 변호사 9명이 제출한 이의신청서 처분을 결정해야 한다.

변협의 징계 의결 대상자인 민태호 법무법인 선승 대표변호사는 “공정위 결정이 다소 늦었기는 하나, 이로 인해 법무부 역시 빠른 결정을 내려준다면 리걸테크산업이 그나마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결정에 불복소송을 시사한 변협 측 대응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했다. 민태호 변호사는 “로톡 외에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변호사와 소비자가 분명히 있음에도 변협이 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부연했다.

이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도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 제재 결정을 긍정하고 변협에 법률서비스 플랫폼 활동 변호사 징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가 변호사 징계라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플랫폼을 규제한 이번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스포는 “이번 결정이 특정 직역 이기주의를 제재하고, 국민 전체 편익을 증진하는 혁신 서비스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면서도 “전원회의 의결이 다소 지연되면서 산업이 위축되고 법률서비스 플랫폼 측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제재를 기점으로 국내 리걸테크 산업계에서도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법무부 역시 법률소비자와 법률서비스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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