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가 지난해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이후 실제 영업상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카카오는 가능한 모든 창구를 개방함으로써 소상공인들이 간편하게 증빙 서류를 접수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1015 피해지원 협의체’에서 수립한 원칙에 따라 오는 2월27일까지 4주간 소상공인 피해 지원금 지급을 위한 증빙 서류 접수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공식 챗봇을 포함한 고객센터 웹페이지·전화·우편 등 다양한 채널을 열었다.
지금까지 카카오 고객센터는 단순 상담톡 방식 위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업으로 바쁜 소상공인들이 최대한 빠르게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상담 인력을 100여명 충원해 전화 창구도 구축했다. 고객센터에서 활동 중인 상담사 인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꽤 적지 않은 인원 확충이라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1015 피해지원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약 40일간 10여차례 회의를 진행한 끝에 카카오는 협의체와 함께 지난해 12월29일 약 6000억원 규모 피해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사태 발생부터 피해 보상안 발표까지 불과 2개월이 걸린 것이다.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경우 소상공인 보상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4개월이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이 과정에서 업계가 주목한 건 카카오가 협의체를 꾸리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보상안 수립 과정에서 실질 피해자인 소상공인과 소비자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협의체에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를 비롯해 공정거래-소비자보호 전문가 등이 참여하도록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이런 일이 발생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꾸리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법률에 근거해 일방적인 자체 보상안을 만드는 일이 다반사”라며 “보기 드문 행보인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협의체에 참가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소상공인연합회와 소비자, 산업계 단체 등 분야별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책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카오가 발 빠른 대응을 실천하는 건 법률적 책임보다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인식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교수는 “플랫폼 입장에서 이용자 한명 가치는 약 10만원~20만원 정도라는 말이 있다”며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용자를 기반으로 수많은 계열사를 만들었고 이를 통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라도 적절한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카카오는 1015 피해지원 협의체가 수립한 원칙에 따라 매출 손실 규모액이 30만원 이하인 경우 3만원을,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인 경우 5만원을 지급한다. 아울러 50만원 초과 피해 사례에 대해서는 피해 입증 과정을 거쳐 추가 지원을 검토한다. 지원금은 제출 서류를 검토한 뒤 3월 내 지급을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