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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서비스 먹통 보상 첫발…남은 과제는 SK C&C 손배 청구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서비스 장애에 대한 피해지원책을 내놓고 본격적인 보상에 나섰다. 최근 전 국민에 지급하기 시작한 이모티콘과 이용권 등을 포함한 보상액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자체 보상 절차를 마무리한 후 SK C&C와 손해배상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구상권 청구 소송 향방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주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마음 패키지’ 지급 페이지를 열고 ▲무료 이모티콘 3종(영구 사용 1종·90일 사용 2종) ▲카카오메이커스 쿠폰(2000원·3000원)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1900원 상당)을 배포했다. 이 외에 서비스 장애로 영업에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는 매출 손실 규모액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영업이익률과 대체 서비스 유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카카오 점유율 등을 반영해 매출 손실 규모액이 30만원 이하인 경우 3만원,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인 경우 5만원을 지원한다. 50만원을 초과하는 피해 사례는 협의체 검토와 피해 입증 과정을 통해 추가 지원을 고려한다. 카카오 무료 서비스 보상액은 카카오톡 이용자 수 4800만명을 기준으로 단순 추산하면 5000억원을 웃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모티콘 비용은 초기 제작 단계에서만 발생하고, 카카오메이커스 쿠폰은 이용자가 상품을 결제해야만 지출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를 접수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현금 보상까지 고려했을 때 카카오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업계는 카카오가 SK C&C를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구상권 청구란 어떤 집단이나 개인이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를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17일 카카오는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서비스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객사에서 (구상권) 얘기가 나오면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주요 쟁점은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의 1차 원인 제공자가 된 SK C&C와 입주사인 카카오 간 손해배상 책임의 정도를 어떻게 볼 것인지다. 이번 보상안으로 카카오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수천억원 규모로 전망되는 가운데, SK C&C가 입주 기업에 대해 일반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는 보험 한도는 7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IT법학연구소장인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SK C&C가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손해에 대해선 별도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각 사 손해배상 책임 비중을 구분하는 것이 일차적인 쟁점”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주의 의무 위반과는 별개로 SK C&C 측이 카카오 측 손해가 확대되도록 일정 부분 원인을 야기한 부분이 있다면, 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이라는 게 김 변호사 설명이다.

카카오가 무료 서비스 보상안으로 현금 지급이 아닌 이모티콘과 이용권 등 부가통신 관련 부대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를 어디까지 구상 청구 금액과 연결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간접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카카오와 달리, SK C&C는 실제 보상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어서다.

김 변호사는 “카카오가 전체 이용자에게 실제 금전 배상을 한 건 아니므로 이를 통해 지출한 총 금액을 모두 손해액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SK C&C와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가치 평가도 쟁점 중 하나다”라고 전했다.

원준성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도 “카카오가 SK C&C에게 제기할 피해 내용은 자신들의 직접적인 피해 사실보다는 이번 사고로 카카오 이용자에게 배상한 부분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것까지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나 SK C&C가 알 수 있었던 손해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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