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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클럽' LX세미콘, 韓 팹리스 역사 쓰고도 울상…왜? [IT클로즈업]

김도현
- 2022년 4분기 영업익 전년비 85%↓
- LG전자·LG디스플레이 부진 예고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LX세미콘이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공개했다. 토종 팹리스로서 기념비적인 ‘2조 클럽’에 가입하는 경사를 누렸으나 하반기 들어 전방산업이 부진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LX세미콘(대표 손보익)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2022년 4분기 매출액 4565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기대비 4.6% 전년동기대비 15.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79.0% 전년동기대비 85.2% 줄었다.

작년 연간으로는 매출 2조1193억원, 영업이익 3106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11.6% 상승 16.0% 하락이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이 연매출 1조원을 넘기기도 힘든 부분을 감안하면 의미 있 기록이다.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제외하면 반도체 설계 분야로만 거둔 첫 성과다.

LX세미콘의 2022년 한 해는 상반기와 하반기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 주력 아이템이다. DDI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액정표시장치(LCD) 등을 구성하는 픽셀을 구성하는 반도체다.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통해 레드·그린·블루(RGB) 서브픽셀을 제어한다. OLED용 DDI는 LCD용 대비 평균판매가격(ASP)이 높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출(1~2분기) 1조1842억원으로 반기 첫 1조원을 돌파한데다 2분기에는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섰다. 통상 2분기가 TV 및 스마트폰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더욱 상징적인 수치다.

당시 LX세미콘은 “OLED 및 하이엔드 LCD 물량 증가로 매출이 늘었다”며 “영업이익은 연구개발(R&D) 및 판관비 증가로 전기대비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글로벌 경기침체 본격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TV, 스마트폰, PC 등 판매가 급감했다. 고객사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LX세미콘에 들어오는 주문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매출(4786억원)은 전기대비 20.1% 전년동기대비 5.3% 떨어졌다. 이 기간 영업이익(604억원)은 전기대비 44.9% 전년동기대비 53.2% 감소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4분기에는 낙폭이 더 커졌다.

LX세미콘은 최대 고객사가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를 통해 LG전자, 애플 등 기기에 DDI를 탑재하는 구조다. 4분기 애플리케이션별 매출을 보면 모바일이 51%까지 늘었다. 통상 30%대에서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14 시리즈용 패널 공급을 개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LG전자의 TV(24%)와 정보기술(IT) 기기(16%) 등 판매가 줄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27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역시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올해도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대비 11% 줄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는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TV 시장도 부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3년 TV 패널 출하량이 전년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기간 OLED TV 패널 출하량은 전년대비 7.8% 성장할 전망이다. OLED로 LCD 부진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전방산업 악재에 따라 LX세미콘은 DDI에 편중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상태다. 가장 빠른 건 방열기판이다. LX세미콘은 지난 2021년 10월 LG화학이 보유한 일본 FJ머티리얼즈 지분 30%와 유무형 자산 등을 인수하면서 방열 소재 분야에 뛰어든 바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 시흥에 구축 중이 방열기판 공장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가동 돌입한다.

또 다른 먹거리는 LG이노텍으로부터 넘겨받은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부문이다. SiC는 기존 실리콘(Si) 대비 내구성 등에 강점이 있어 전기차 부품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국내 팹리스 기업 텔레칩스 일부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반도체 등을 개발한다. 중장기적으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전장용 반도체 분야에서 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매그나칩 M&A 관련해서는 진척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X세미콘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한편 LX세미콘은 1주당 배당금을 4500원으로 책정했다. 시가배당율은 5.7%다. 배당총금액은 약 732억원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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