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P2E 국내출시 불가 선고…“NFT=경품” 판결문 뜯어보니
-법원 “독립적 거래·유통 가능한 NFT 아이템, 경품 해당”
-‘24시간 자동모험=사행행위’로 본 게임위 분석 합당 결론
-“사회적 합의 이뤄지지 않은 영역, 게임위 판단 존중돼야”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법원이 블록체인 기반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게임에 대한 첫 판결에서 ‘출시 불가’ 판정을 내렸다. 법원은 게임 속 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 아이템을 게임산업법상 ‘경품’으로 해석, 이를 근거로 NFT 아이템을 제공하는 게임에 대해 서비스 중단 조치를 내린 게임물관리위원회 판단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법원이 게임 속 NFT를 경품으로 해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스카이피플이 개발한 게임 ‘파이브스타즈 포클레이튼(이하 파이브스타즈)’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 취소 및 거부 처분이 합당하다는 취지 판결을 내렸다.
원고 스카이피플은 지난 2021년 게임위의 파이브스타즈 등급분류 취소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가처분 소송에서는 스카이피플이 승소해 재판기간 동안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해당 게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었으나, 이번 판결에서 패소함에 따라 서비스 종료를 앞두게 됐다.
◆법원 “외부 거래·유통 가능한 NFT, 경품과 같다”=이번 소송 쟁점은 파이브스타즈 내에서 생성 가능한 NFT 아이템이 경품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있었다. 17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결론적으로, 법원은 NFT 아이템을 일반 게임 아이템과 달리 이용자가 영구적으로 소유 및 거래·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품으로 판단했다.
게임산업법상 28조 제3호에 따르면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경품 등 제공을 통한 사행성 조장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NFT 아이템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파이브스타즈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등급분류 거부 및 취소처분 조치를 내린 게임위 판단이 타당하다는 것이 이번 판결 핵심이다.
파이브스타즈 내 ‘기록보관소’ 콘텐츠에서는 이용자가 수집한 아이템을 NFT로 만들 수 있다. NFT화된 아이템은 이용자가 별도 지갑으로 옮겨 영구적으로 소장하거나, 지갑 주소를 통해 타인에게 전송하는 등 거래도 가능하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그림이나 영상, 게임아이템 등 파일 원본 소유권을 인증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위·변조 및 복제가 불가능해 한번 생성된 NFT는 세상에 오직 1개만 존재하게 된다. 예컨대 명품 브랜드에서 발행하는 ‘정품 인증서’와 같은 역할은 하는 셈이다.
법원은 일반 아이템과 NFT 아이템 간의 차이를 ‘소유권’으로 구분했다. 일반적인 게임 아이템 경우 접속자가 ‘이용권’을 가지게 될 뿐, 소유권은 여전히 게임사에게 있어 게임 내에서만 해당 아이템을 이용할 수 있다고 봤다. 파이브스타즈에서 NFT화된 아이템은 이용자가 게임 접속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든 이를 활용할 수 있어 소유권도 가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파이브스타즈 내에서 NFT화된 아이템은 게임 외부 거래소를 통해 자유롭게 거래·유통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NFT가 그 자체로 재산상 가치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에 경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게임산업법 28조 제3호 본문에서 원칙적으로 경품 등의 제공을 금지하고, 단서에서 청소년게임제공업의 전체이용가 게임물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경품 등 제공을 허용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전체이용가 게임이 아닌 게임(파이브스타즈)에서 경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자동모험 통한 아이템 획득 방식, 사행성 인정=법원은 파이브스타즈 내 자동사냥 개념인 ‘24시간 자동모험(이하 자동모험)’ 기능을 통한 게임진행 방식을 사행행위 요인으로 판단한 게임위 분석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자동모험기능을 통한 아이템 획득 과정에서 이용자 판단보다 확률을 통한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파이브스타즈는 턴제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이용자는 ‘모험’ 이라는 콘텐츠를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수행 완료한 뒤 게임 결과에 따라 NFT로 전환 가능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이용자는 병력 캐릭터를 배치한 뒤 자동모험 기능을 통해 게임을 방치한 상태로도 아이템 획득이 가능하다.
게임위는 여기서 자동모험 기능을 통한 아이템 획득이 사행행위 일종이라고 봤다. 이용자 조작이나 노력 등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닌, 운에 의해 아이템을 얻게 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파이브스타즈는 자동모험 기능을 통한 게임 진행에도 이용자 전략 및 노력이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타사 게임에도 자동사냥 기능이 탑재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파이브스타즈 자동모험 기능만을 사행행위로 보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법원은 게임위 손을 들어줬다. 이용자가 캐릭터 선별·배치 등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자동모험 기능을 실행하기 까지 ‘과정’일 뿐, 자동모험 결과는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해당 진행 방식을 사행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아울러 타사 게임의 자동사냥 기능과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법원은 판결문에서 “다른 게임의 경우 자동사냥기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용자 설정에 따라 캐릭터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이 사건 게임과 달리 전략적 요소가 중요하다”라며 “게임 진행을 통해 취득하는 아이템이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게임(파이브스타즈)과는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P2E 현행법상 서비스 불가 판정…“사회적 합의 미비”=법원은 NFT와 관련해 아직까지 개념이나 명문화된 규제가 미비하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현실적으로 NFT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현재와 같이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에 속하는 게임물의 사행성 판단과 관련해서는 게임위 판단재량이 존중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게임위 판단이 현행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오류가 있거나 타당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 판결이다. 사실상 법원이 등급분류 취소처분(서비스 중단 조치에 해당)을 내린 게임위 손을 들어주게 되면서, 현행법상 P2E 게임 서비스는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1심 판결로 파이브스타즈와 유사한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 하던 국내 게임사의 P2E 게임 국내 출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P2E 게임을 규제하는 게임위 근거가 더욱 힘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스카이피플은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파이브스타즈 서비스를 조만간 종료할 예정이다. 종료 시점은 아직 밝히지 않았으며, 항소 여부는 검토 중에 있다. 스카이피플이 판결에 불복할 경우 판결문을 송달 받은 날을 기준으로 2주 내 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
스카이피플은 지난 13일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세계는 웹 3.0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사용자 데이터 주권은 보장돼야 하는 권리인데, 이번 판결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시발점이 상당히 늦춰지게 돼 안타깝다”라며 “국내 게임에 대한,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좌절감을 느낀다. 소송 여부와 별개로 프로젝트는 글로벌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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