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우려’ 국내 P2E 게임 서비스 빨간불…날개 또 꺾였다[종합]
-스카이피플, 게임위 상대로 낸 소송서 패소…“항소 검토”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사법부가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 취소처분을 내린 게임물관리위원회 판단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이 P2E 게임 내 아이템을 대체불가능한 토큰으로 변환하는 것을 게임산업법상 ‘경품’으로 판단해 사행성 우려를 표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처분이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서울행정법원은 피고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원고 스카이피플이 개발한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이하 파이브스타즈)’에 대해 내린 등급분류 취소처분이 합당하다고 보고, 등급분류거부처분 취소 청구 재판의 1심 판결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간 국내 게임사들은 블록체인과 NFT, P2E 게임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게임 시장을 놓고 규제보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봐달라고 요구해왔다. 때문에 국내 P2E 게임 서비스를 염원했던 일부 게이머나 게임사에겐 다소 아쉬운 판결일 수밖에 없다.
우선 일부 게임사는 이러한 법원 판결에도 큰 지장은 없단 입장이다. 현재 P2E 게임 대부분이 이 같은 상황을 염두하고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거나, 출시 및 서비스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사행성’ 여부, “NFT도 경품으로 해석되나”=이번 소송 쟁점은 파이브스타즈 게임 내 ‘사행성’ 여부다. 게임위는 파이브스타즈 게임 사행성 근거로 게임 내에 있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화 된 아이템을 꼽았다.
파이브스타즈 이용자는 ‘기록보관소’라는 콘텐츠를 통해 게임에서 수집한 아이템을 NFT로 변환할 수 있다. NFT화 된 아이템은 이용자가 NFT 지갑에 옮겨 개인 소장하거나, 지갑 주소를 통해 타인에게 전송하는 등 활용 가능하다.
게임위는 여기서 NFT화 된 아이템이 게임산업법상 경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게임산업법 28조 3호는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경품 등 제공을 통한 사행성 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게임위는 이에 근거해 NFT 특성상 현물 거래가 가능해 사행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 등급분류 취소처분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이철우 게임위 소송대리인 변호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아직 판결문이 송달되지 않아 법원이 P2E 게임을 금지한 위원회의 손을 들어준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면서도 “아마도 파이브스타즈가 ‘미네랄 코인’이라는 가상화폐 프로젝트 일환으로 시작됐으며, 결국 게임에서 나오는 NFT가 미네랄 코인으로 유통되도록 게임사가 적극 유도해 온 부분이 고려가 됐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법원이 NFT 또한 가상자산 일종으로서, 그동안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에서 제공이 금지돼 오던 ‘경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대로 스카이피플은 이미 많은 게임 아이템이 게임 외 온오프라인 상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 거래 가능성을 이유로 등급분류를 거부 및 취소한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반박해왔다.
이번 재판 결과와 관련해 스카이피플 관계자는 “재판 결과와 관련해 내부 논의를 거칠 예정이며, 아직 내부적으로 (항소가) 결정된 사항은 없다.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8개월 다툼 끝에 패소, 게임업계 “대세 지장 없어”=이번 재판은 지난 2021년 5월 경 시작됐다. 스카이피플은 게임위가 내린 등급분류 거부 및 취소 처분 모두에 불복해 행정심판소송을 제기했다.
게임위는 파이브스타즈가 출시 됐을 당시 자체등급분류사업자 구글과 애플이 파이브스타즈에 부여한 등급분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등급분류 취소처분을 내렸다. 이에 스카이피플이 게임위에 직접 등급분류를 신청했으나 이때는 게임위가 등급분류 거부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P2E 게임 국내 정식 서비스는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P2E 게임을 규제하는 게임위 근거가 더욱 힘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 업계는 이번 판결 결과를 두고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P2E 게임을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사는 애초부터 국내보다는 해외 서비스에 방점을 찍고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에 대한 개발 및 서비스 사업은 문제 없이 지속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런 상황을 염두하고 개발을 시작했다”라며 “이미 많은 게임 업계가 글로벌향으로 블록체인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 출시를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사업 자체에 치명적인 결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회·정부부처도 영향받을까, P2E 게임 둘러싼 다양한 시선=이번 판결에 따라 입법부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국감에서 게임위 국정감사장에서도 P2E 게임과 관련된 사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이용호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P2E 게임 국내 서비스 성장 경로를 제한적으로라도 열어주자고 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P2E 게임 국내 서비스 허용을) 해주고 싶습니다”라며 “현행 게임법 상에선 (P2E 게임 국내 서비스) 허용을 불가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 게임법이 개정되면 문제 해결 방법을 점진적으로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부처는 P2E 게임 산업과 관련해 엇박자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P2E 게임을 두고 상반된 판단을 한 것이다. 게임위는 지난해 양대 앱마켓에서 유통되던 P2E 게임 및 NFT 모바일게임 총 32개를 적발해 퇴출시킨 반면, 콘진원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은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의 정책적인 방향은 엇박자인 상황”이라며 “혼란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 부처 및 국회 등 빠른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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