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년기획①] 다가오는 퍼펙트 스톰… IT산업 화두로 떠오른 ‘생존’

박기록
2022.5.20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후,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다.<사진>삼성전자
2022.5.20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후,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다.<사진>삼성전자
‘생존’이 화두다. 2023년이 밝았지만 IT산업계를 둘러싼 거시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쇠퇴’(Recession)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IT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제도적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이라는 담론과 함께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신년기획으로 ‘IT산업, 생존의 경제학’을 주제로 IT산업계의 생존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6일, ‘역대급 어닝 쇼크’라는 수식어와 함께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 보도가 쏟아졌다. 어느정도 영업이익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더 안좋았다는 분석이 적지않았다.

외신들도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BBC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급감한 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고, 블룸버그통신도 “역사적인 규모의 이익 감소”라고 보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0조원,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76.5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9.00% 급락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 뼈아팠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4조원대의 추락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지나고보니 지난 10년이 어쩌면 우리에겐 다시는 구경하지 못할 최대 호황기였는지 모른다.

같은 시각, 태평양 건너 지구 반대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300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가한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CES2023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선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자율주행 등 미래 혁신에 대한 또 다른 담론이 넘쳐난다.

2023년 1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이처럼 때로는 극단적이면서도 냉혹하다.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소비 둔화, 가슴졸이면서 뛰어넘었을 수차례의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기위한 숱한 열정들은 뒤로하고 야속하게 모든 것은 숫자로만 평가된다.

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IT산업계 ‘퍼펙트 스톰’ 속으로… 예상되는 고통

현재 숫자로 표시되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들은 암울하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1.6%로, 세계 평균을 밑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성장율을 2.2%로 예상한 바 있다. 물론 이는 2022년의 3.1%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대를 전망했다.

특히 우리로서는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 세 지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연간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인 472억달러라고 발표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14년만에 처음이다. 무엇보다 작년 4분기, 즉 수출이 3개월 이상 연속 하락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가 최근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거슬린다.

올해 우리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들은 대부분 우리의 관리 능력밖에 있는 외생변수들이다. ▲미 연준(Fed) 통화긴축과 기준금리 인상 ▲러-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및 공급망 문제의 교란 ▲중국 등 코로나19의 변이와 재확산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칩4’와 같은 국제 정세와 결부된 것 등이다.
현재로선 우리 IT산업계 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체가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최종적으로 어느 선까지 올리느냐에 따라 연쇄적으로 우리 나라 경기침체의 강도, 국내 증시의 흐름, 원-달러 환율의 변화, 가계 부채와 부동산 급락의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이다. 그러나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율을 2%대로 낮추기위해 제시한 최종 금리인상 목표치는 아직 아니다. 지금보다 0.75%를 더 오른 5.0~5.25% 수준이다.

다만 블룸버그 등 외신들과 경제분석가들은 미 연준이 금리 상승을 멈추고 경기침체에 대응하기위해 통화정책을 변경하는 이른바 ‘피봇’(Pivot) 시점으로 올 3월쯤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3월쯤 금리 변곡점이 생긴다하더라도 최소한 올해까지 우리 경제는 고금리 고통을 견뎌야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 금리가 더 이상은 오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예전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삼성증권은 ▲미 연준의 피봇 ▲중국의 양회 ▲러-우크라나의 휴전 등 3가지를 상황 호전의 모멘텀으로 전망했다.

결국 우리 경제는 올 한해 극심한 경기침체라는 ‘험난한 강’을 건너야만 하는 숙명과 마주하고 있다. 이것을 생략하고 2024년으로 뛰어넘어갈 방법은 없다.

금리인상이 멈추면 그 다음 경기후퇴(Recession)는 예정된 수순이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이미 미국의 12월 고용지표는 둔화됐고, 주택시장도 하락하고 있다. 또 한때 130달러였던 국제유가도 이제는 70달러 초중반대로 크게 떨어졌다. 대표적인 경기후퇴의 징후들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지표의 순환사이클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우리 경제는 버티는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것을 실증할 엄혹한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23 행사에 SK텔레콤은 유영상 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참관했다. <사진>SK텔레콤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23 행사에 SK텔레콤은 유영상 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참관했다. <사진>SK텔레콤
◆본격화되는 ‘생존’경영…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경제 위기감이 커지면서 가장 먼저 시도되는 생존 전략은 ‘인력 구조조정’(감원)이다.

금리에 민감한 IT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이 폭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요 IT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감원에 착수했다. 작년 1분기 실적 발표이후, 넷플릭스가 2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세일즈포스 등 지속적으로 감원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아마존은 당초 알려진 것 보다 많은 1만8000명 수준의 감원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IT기업 감원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IT분야에서 감원된 노동자는 15만명 이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휩쓸던 지난 2020년 3~12월의 해고자 8만명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만큼 감원 태풍이 강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의 IT기업들이 인건비 등 일단 고정비 지출부터 대폭 줄이는 것은 노동의 유연성에 관대하고, 또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실업 복지 시스템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더구나 구인·구직 사이트 집리크루터에 따르면, IT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의 79%가 구직에 나선지 3개월 안에 재고용됐다. 특히 로이터는 실리콘밸리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창업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노조의 반발 등 구조조정 자체에 극심한 에너지를 소비해야하는 국내 기업들의 현실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따라서 우리 IT산업계에선 ‘인력 구조조정’ 그 자체만으로론 생존을 위한 전략의 전부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 IT산업계로선 ‘생존’을 위한 또 다른 대응 방법들을 강구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글로벌 전략의 강화, 시장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초격차 기술의 확보, 과감한 선제적 투자와 혁신적 ‘기업가 정신’ 까지도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누군가에겐 지금이 절호의 기회… 생존 경영의 또 다른 얼굴

‘생존’ 경영은 무조건 아끼고, 비용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감하게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의 호기로 사용할 수 있고, ‘초격차’ 전략을 위해 더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도 결국의 생존의 키워드에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불황일 때 오히려 비용효율적으로 설비 투자를 늘리거나 확충함으로써 다시 경제 호황 사이클이 도래했을 때, 더 큰 도약을 일궈낸 사례도 적지않다.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시장이 어려웠을 때 과감한 혁신으로 산업 생태계의 최상단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담대한 도전과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이 발휘된 결과물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와아 애플의 역사적인 세대교체의 과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IT서비스 시장이 극도로 침체됐을 때 클라우드(Cloud) 시장을 공격적으로 주도한 아마존웹서비스(AWS)등이 IT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AI), 로봇, 메타버스, AR과 VR을 포함한 XR(확장 현실), 자율주행 중심의 모빌리티, 우주항공 기술, 헬스케어플랫폼 등 혁신적인 기술들은 절대적인 강자없이 이제 막 초기시장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과거에도 그랬듯, 언제나 위기와 함께 그 얼음장 밑으로 분명히 기회의 물길도 동시에 흐르고 있다.

2023년의 출발점, 누구에게나 기회는 동일하게 열려있다.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