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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게임법 적용 반대 한 목소리…“전세계서 한국만 논의”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주요 빅테크 기업 포함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메타버스 게임법 적용이 타당치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메타버스와 게임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민 성균관대 교수는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메타버스, 그 길을 묻다’ 세미나에서 “메타버스가 게임이냐, 아니냐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며 “주요 선진국에선 메타버스가 게임인지 아닌지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외국에선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다.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규제를 받는 일이 없기 때문. 가령 사행성 규제는 사행행위 규제에 관한 법령에서 다룰 뿐, 국내에서처럼 게임산업법에서 사행성 규제를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에선 상황이 다르다. 게임사업자가 되는 순간부터 각종 규제를 받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부득이 메타버스가 게임인지 아닌지를 구별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이용자 간 소통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일정한 오락적 요소를 사용하는 경우, 메타버스 자체를 오락을 위한 것으로 변모시키는 게 아니라면 게임규제 적용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리니지’와 같은 콘텐츠 자체가 오락 목적인 경우 플랫폼 성격이 있어도 게임물로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제페토·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는 매체물·콘텐츠에 해당 되지 않으므로 게임물 범위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메타버스 내 콘텐츠와 창작물도 주된 목적이 교육·운동·쇼핑 등 오락이 아닌 것들을 게임으로 취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 교수는 “현행 게임 규제 내용상 메타버스 또는 메타버스 내 창작물이 게임물로 취급되는 순간 메타버스 사업모델 자체가 붕괴되고, 낙인효과에 따라 교육현장에서 사실상 사용이 불가하다”고 꼬집었다. 등급 분류로 인한 서비스 출시 지연 및 비용 부담은 물론, 게임산업법 사행행위 규제법은 일반 사행행위보다 훨씬 넓은 개념을 사용해 법령에 열거된 형태 경품 지급만을 허용하고 있다. 코인이나 대체불가능한 토큰(Not Fungible Token, 이하 NFT)을 경품으로 지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K-콘텐츠를 내세워 제페토·이프렌드 등 국내 메타버스에 글로벌 사용자가 몰릴 기회가 많은데, 국내 블록체인 등 규제로 리더십을 갖기 어렵다”며 “메타버스 플랫폼이 플랫폼을 위한 플랫폼 영역에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한국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약 196조~318조(원달러 1200원 기준)로 추정된다. 중간값으로 계산하면 약 257조 규모다. 게임산업이 15~20조 규모라는 점을 생각하면 메타버스 규모는 상당히 거대한 편이다. 전 교수는 “메타버스는 과학·IT 등 직접적 관련 분야뿐 아니라 운수·숙박·부동산·금융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메타버스를 게임법에 적용시키는 것은 산업적 진흥 및 법적 해석 측면에서도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게임법에서 언급하는 ‘게임물’ 정의가 포괄적인 데다 궁극적으로 메타버스와 게임은 같지 않다는 논의다. 단, 메타버스 산업 규제에 대한 방향은 전문가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게임규제를 메타버스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산업 발전을 어떻게 저해할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법체계를 새로운 산업에 적용하기엔 어렵기 때문에 추후 문제 발생 시 사후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출시하면 방송법을 규제할 것인가”라며 “이미 플랫폼 산업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전자상거래법 등을 통해서도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게임법을 통해 검수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가 유입되고 관련 산업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사전규제가 누적됐을 때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메타버스 산업이 초기시장인 만큼 자율규제도 적용하지 말고 그대로 둔 뒤, 잘못된 점을 사후 규제로 강력하게 조치를 취하자는 입장이다.

박규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는 게임과 외견상 유사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메타버스 산업을 바라볼 경우 게임과 본질적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게임업계는 ▲콘텐츠 및 스토리 ▲그래픽 기술 ▲다수 접속자 대상 퍼블리싱 역량 등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 외견상으론 비슷하고 구분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가상사회를 형성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므로, 외견상 게임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게임물로 판단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가 ‘가상사회’인 점을 고려하면 메타버스 내 발생 가능한 문제 상황에 대해선 기존 규제체계를 적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오히려 메타버스 내에서 일어나는 불법적 행위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비해 증거수집이 용이해 이용자를 더 두텁게 보호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군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차장은 “게임법에 따라 메타버스를 게임물로 적용 시 등급분류 등 후속 규제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법들을 국내 기업에만 적용해야해 외국기업들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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