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최근 국내 시장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구현하는 기기가 연달아 출시됐다. 선글라스와 비슷한 모양의 AR 글래스를 다루는 스타트업 엔리얼, 좀 더 두툼한 외관이 특징인 VR 헤드셋을 제작하는 바이트댄스의 피코가 그 주인공이다.
AR과 VR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은 확장현실(XR)이다. XR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초미의 관심사다. 구글은 지난 5월 AR 글래스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구글이 관련 제품을 다시 선보인 것은 10년 만이다. 애플은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관련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하는 등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기존 진출 기업 역시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VR 헤드셋 강자인 메타는 기술개발과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니는 2023년 7년 만에 ‘플레이스테이션’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XR 기기에 이토록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열풍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존에는 가상 공간을 만들고 구경하는 데 그쳤다면 XR 기기를 통해 사람이 가상 공간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그럼 XR 기기로 뭘 할 수 있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돌아오는 답변은 ‘게임’이다. 모니터 너머로만 접할 수 있었던 게임을 실제 플레이어가 돼 좀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XR 기기를 소개하는 영상에서도 주로 게임이나 콘텐츠를 다루는 모습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XR 기술의 장점은 게임이 전부가 아니다. 영국에서 AR글래스를 다루는 스타트업 XRAI는 청각장애를 위한 기능을 선보였다. 청각장애인은 보통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낀 상태나 통화 중에는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XRAI는 이 점을 착안해 AR글래스에 관련 기능을 접목했다. 스마트폰과 AR글래스를 연결하고, 통화 중 상대의 목소리가 AR글래스 화면에 문자로 띄워 준다.
구글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선보였다. AR글래스를 실시간 번역기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음성 인식이나 번역 기능은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기능이지만 좀 더 가까이,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XR은 의료 기술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임상을 진행하기 어려운 고난도 수술을 가상 공간에서 미리 진행해 보는 식이다. 사람의 몸이 견디기 어려운 오지를 XR로 탐험해볼 수도 있다. 인터넷이 국경을 허물었듯 XR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