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택시 기본요금 인상, 업계 반응 ‘싸늘’…정부·국회 해법마련 '분주'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서울특별시가 택시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택시요금을 인상하기로 했으나, 업계에서는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본요금 인상안만으로 택시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국회와 정부도 택시대란 추가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8일 택시 기본요금 인상 내용을 담은 ‘서울시 택시요금 조정안’이 서울시 본회의에 상정·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은 4800원으로 인상된다. 할증시간은 2시간 늘어나고, 할증률은 20~40%로 탄력 적용된다. 실질적인 택시기사 수익 증진을 통해 택시기사 영업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요금을 올려 택시기사 공급을 늘리겠다는 기대는 안일한 대처라고 보고 있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부족하고, 소비자에겐 부담스러운 선택지라는 것이다.
◆ “1000원 인상, 주간 택시 수요 저하로 이어질 것”=한 택시 플랫폼 관계자는 “공급부족 이유를 요금에서만 찾으려고 한다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출퇴근 시간, 심야 시간 등 피크 타임이 정해져 있는데,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는 어떡하나. 요금이 비싸면 탈 사람도 안 타게 돼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3800원대비 4800원 인상률은 26.3%에 달한다. 고물가 시대임을 감안하더라도 가파른 상승세다. 경제학적으로 요금인상은 수요 저하로 이어지게 돼 있어, 낮 시간대 택시를 이용하던 승객들 발걸음을 끊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대표적 비판이다.
택시기사 평균 연령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개인택시기사 경우 평균 연령이 60대에 달하며, 이들은 대부분 건강상 이유로 주간에만 일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본요금 인상으로 주간시간대 택시 수요가 감소하면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플랫폼 관계자는 이를 두고 수요를 낮춰 공급에 맞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그는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택시요금을 인상해 대중교통으로 사람들을 분산시키려는 서울시 큰그림이라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과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본요금 1000원 인상은 택시기사, 승객 모두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수익만 봤을 때 일부 택시기사 중에는 기본요금 2000원은 올라야 한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택시기사에게는 부족한 인상안이면서 동시에 승객에게는 요금 부담 가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택시기사 사이에서도 이번 요금 조정안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감돈다. 김종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핵심은 요금인상이 아니다”라며 “법인택시 기사는 요금이 인상되는 만큼 회사에서 받아가는 돈이 커질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납금 제도가 금지됐음에도 회사는 여전히 기준금이라는 이름으로 택시 기사로부터 매출 중 일정 비율을 받아가는 상황”이라며 “해당 병폐가 해소되지 않으면 백날 요금 인상해봤자 소용 없다”고 강조했다.
◆ 택시 부제 해제, 금지했던 ‘승차공유’ 카드도 만지작=정부와 국회도 다각적으로 택시대란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8일 열린 국회 당정협의회에서는 택시대란 문제 해결책으로 ‘택시 부제 해제’가 논의됐다.
이날 성일종(국민의힘) 의원은 “택시 공급을 막아온 택시 부제 등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 부제’는 지자체에 따라 특정 일자, 요일에 택시기사 휴무를 강제하는 제도다. 서울시 택시기사 경우 2일 영업하면, 하루는 영업할 수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부제 해제, 탄력 요금제 등 해결책을 검토 중이다. 특히 ‘타다금지법’으로 막혔던 승차공유 플랫폼 영업을 허용하는 계획을 시사한 바 있다. 승차공유 플랫폼은 개인 단기 운전 근로를 위해 승객과 운전자를 중개해준다. 해외에서는 ‘우버’가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는 ‘타다’가 승차공유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택시기사 반발에 의해 폐지한 바 있다.
원 장관은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승차공유플랫폼에 대한 제도 활용성도 검토대상”이라고 말한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업계와 협의가 된다면 타다 식 영업 형태도 열어주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부제 해제는 택시기사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수익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휴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승차공유 플랫폼과 관련해서도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택시기사 반발이 거센 것은 물론이고, 지난 2018년 타다가 타다금지법으로 홍역을 치르는 것을 지켜본 플랫폼 업계도 함부로 입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승차공유 서비스 허용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며 “그보단 규제 완화에 대한 (원 장관)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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