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뉴스

티맥스가 또 내놓은 거대한 그림 ‘슈퍼앱’, 네이버·카카오·아마존·MS보다 낫다?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대항마’를 천명한 ‘티맥스 윈도’ 논란이 재현될까? 소프트웨어(SW) 기업 티맥스티베로, 티맥스A&C(이하 티맥스)가 12년간 5000억원을 투자해 ‘슈퍼앱’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강국에 이은 슈퍼앱 강국을 이룩한다”는 포부인데, 실현 가능한 비전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6일 티맥스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슈퍼위크 2022’에서 개인, 기업, 국가의 모든 수요를 아우르는 토털 케어 플랫폼 슈퍼앱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슈퍼앱은 여러 서비스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뜻하는 용어다. 하나의 앱에서 쇼핑, 송금, 투자, 예매 등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티맥스는 “대중에게 알려진 기존 슈퍼앱은 대부분 일차원적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해 여러 앱을 한 곳에 모아두거나, 인터페이스 단에서의 통합에만 집중한 플랫폼에 불과하다. 자사가 제공하는 앱 영역만을 확장하거나 제한된 개발 기능만 제공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12년간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슈퍼앱 개발에 성공했다며 “티맥스의 슈퍼앱은 경쟁사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비교 대상으로 네이버, 카카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들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사 앱 서비스 영역의 확장만을 꾀하고, 아마존이나 MS는 플랫좀 중심으로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경쟁력 있는 앱과 서비스 통합, 노코딩으로 티맥스 슈퍼앱이 경쟁사 대비 우월하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티맥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당장 티맥스가 지적한 ‘기존 슈퍼앱의 한계’는 티맥스가 개발했다고 말하는 ‘슈퍼앱’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결제, 커머스 등 영역으로 진출한 플랫폼 기업에 비해서도 티맥스가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은 제한적이다. 티맥스의 슈퍼앱으로는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도, 포털 검색을 할 수도 없다. 활용성이 네이버, 카카오, 아마존, MS 등 빅테크 기업이 꾸린 생태계에 비해 현저히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슈퍼앱’이 과연 티맥스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기업(B2B) 비즈니스에만 집중해온 티맥스가 개인 또는 국가 관련 서비스를 잘할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논란에 대한 답은 박대연 티맥스 회장의 발표에서 찾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앞으로 AI나 메타버스가 없는 앱은 경쟁력이 없다. 그런 앱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티맥스는 그런(AI나 메타버스) 기술 없이도 충분히 AI나 메타버스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티맥스의 슈퍼앱은 너무나도 복잡한 앱들을, 최신 기술을 통해 엄청난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티맥스가 말하는 슈퍼앱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사전적인 의미의 슈퍼앱보다는 협소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베이스(DB)나 운영체제(OS), 오피스 등 티맥스가 쌓아온 기술을 이용해서 앱을 개발하고자 하는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슈퍼앱의 정의와는 방향이 다르다.

티맥스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자신이 원하는 앱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이번 티맥스의 발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관계자는 “티맥스가 말하는 슈퍼앱이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하지만, 그 의미를 살펴봤을 때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티맥스가 여타 다른 기업의 앱을 평가절하하며 본인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며 “발표만 봐서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일단 잘 만들어서 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황당했다. 결국 티맥스가 제공해온 기술을 한데 묶어 제공한다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티맥스가 말하는 슈퍼앱이야 말로 좁은, IT 서비스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슈퍼앱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예전부터 큰 비전을 내세워 온 기업이다 보니 통 크게 표현한 듯한데. 공감받기 어려울 듯하다”고 전했다.

한편 티맥스는 올해 말 슈퍼앱 일부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슈퍼앱을 중심으로 핵심 사업 영역을 B2B에서 확장해 B2C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종현
be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