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폰 개통 3분만에 스팸전화가?…재활용 번호 안전조치 미흡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주부 박소영(40)씨는 최근 어린 두 자녀를 위한 키즈폰을 개통했다. 유심칩을 꼽고 전화를 개통한 뒤 잠시 스마트폰을 책상에 올려둔 사이, 아이가 전화가 왔다면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깜짝 놀라, 스마트폰을 건네받고 목소리를 들어보니 대출을 알선하겠다는 스팸 전화였다. 불과 전화를 개통한 지 3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처럼 과거 이용자와 관련된 전화나 메시지로 불쾌한 상황에 빠지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김영식 의원실(국민의힘)은 ‘우리 아이 키즈폰은 LG유플러스로 해야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개통하자마자 이전 사용자의 연락이 오거나 스팸 문자로 고통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통신사업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이 같은 문제는 새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하지 않아 발생한다. 현행법상 이용자가 해지한 번호는 28일 뒤부터 다른 이용자가 쓸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재활용 번호’라고 한다.
지난 5월 기준 김영식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새 번호 자원이 전혀 없고, KT는 1만개, LG유플러스는 22만개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즉, SK텔레콤은 이미 재활용번호를 발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e심(eSIM·embeded SIM)이 상용화되면 이런 번호자원 고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용자는 이미 탑재된 유심(USIM) 외 e심을 추가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되면서 용도에 따라 번호를 분리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 대로 2개의 번호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활용 번호도 기술적 조치만 잘해주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안전조치가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영식 의원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재 28일로 설정된 에이징 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통과되기까진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김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사가 기술적 조치를 하면 사용할 수 있는 번호 자원의 수가 아직 1300만개가 넘는다”라며 “우리나라가 인구감소 사회로 진입하는 상황 임을 고려할 때, 무리하게 번호체계를 손봐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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