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계 장비 '톱5', 2분기 호조 불구 웃지 못하는 이유는

김도현
- 美 어플라이드·日 TEL, 영업이익 감소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세계 주요 장비사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졌다. 코로나19 국면 들어 반도체 수요가 지속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전망이어서 전방산업 침체가 불가피한 탓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어플라이드)를 끝으로 톱5 장비업체 2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나란히 매출이 확대된 가운데 일본 도쿄일렉트론(TEL)만 영업이익이 줄었다.

어플라이드는 회계연도 2022년 3분기(2022년 5~7월) 매출액 65억2000만달러(약 8조6530억원), 영업이익 19억2000만달러(약 2조548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5% 늘고 4% 줄었다.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최고경영자(CEO)는 “기록적인 분기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계속되는 공급망 어려움으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제약을 겪고 있다. 현재 회사의 최우선순위는 납품을 빠르게 앞당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 어플라이드는 ▲식각 ▲이온주입 ▲증착 등 장비 라인업이 다양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모두 강자지만 이번 분기 두 부문 희비가 엇갈렸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6% 상승과 23% 하락이다. 디스플레이 고객사 투자가 줄면서 해당 사업이 부진했다. 회사는 반도체 분야에서 차세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디스플레이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 ASML은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54억3100만유로(약 7조3000억원)와 16억5300만유로(약 2조2200억원)로 집계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33% 올랐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올해 가장 많은 장비를 출하한다는 계획이 공급망 제약으로 지연되기는 했으나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지속할 것”이라며 “고성능컴퓨팅(HPC),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으로 ASML 장비 수요는 여전히 크다”라고 말했다.

상승세 비결은 독점 중인 극자외선(EUV) 장비다. EUV는 차세대 노광 기술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2분기 EUV 설비 출고수는 12대로 전기대비 9대 늘었다. 이 영향으로 EUV 매출 비중은 48%다. 수주잔고는 85억유로(약 11조4080억원)다. 공급망 영향으로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 확장 가능성이 남아있다.

미국 램리서치의 2분기 매출액 46억3600만달러(약 6조2000억원), 영업이익 14억5900만달러(약 1조9500억원)다. 전년동기대비 12%와 27% 증가했다.

팀 아처 램리서치 CEO는 “공급이 제한된 환경에서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면서 “기술 리더십 및 설치 기반 비즈니스를 통해 장기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식각 분야에 특화됐다. 2분기의 경우 메모리 부문 비중이 5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등 낸드플래시 업체 투자가 확대된 영향이다. 지역별로는 중국 31%과 한국 24%이 눈에 띈다. 중국 점유율에는 국내 기업의 현지 투자분도 포함된다.

TEL은 회계연도 2023년 1분기(2022년 4~6월) 매출액 4736억5400만엔(약 4조6200억원), 영업이익 1175억1900만엔(약 1조15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5% 상승 17% 하락했다.

TEL은 증착 장비가 주력 제품이다. 어플라이드와 마찬가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엇갈렸다. 반도체에서는 파운드리 비중이 전년동기대비 17%포인트 확장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전년동기대비 약 4배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TEL은 반도체 투자 동향에 대해 “일부 고객은 투자 조정을 고려 중이거나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취소된 건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의 중국 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직 규제 강화 영향은 없다. 기술 혁신을 이어간다면 특정 국가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중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KLA은 회계연도 2022년 4분기(2022년 4~6월) 매출액 24억8700만달러(약 3조3200억원), 순이익 8억500만달러(약 1조75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29%와 27% 늘었다.

KLA 릭 월라스 CEO는 “이번 실적은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과를 보여준 것”이라며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지속적인 공급망 문제를 운영 모델 탄력성, 글로벌 팀의 헌신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검사장비가 메인이다.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비중은 각각 55%와 45%다. 지역별로는 중국(29%)과 대만(25%)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16%, 북미는 10%로 뒤를 이었다.

한편 대형 반도체 제조사는 하반기부터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은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TSMC 등은 향후 시설투자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일정 등이 변경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최근 블룸버그는 “미중 간 공급망 확보 경쟁으로 반도체 중복 및 과잉투자 위험성이 더 심각해졌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가 10여년 중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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