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RI, 열처리 온도 낮춰…하나기술 기술 이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한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18일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팀이 개발한 ‘저온 소결형 고체 전해질 분말 제조 및 시트화 기술’이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됐다고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제품이다. 불연성 고체 사용으로 화재 위험이 없고 냉각 장치 등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전지 고용량화, 소형화, 형태 다변화 등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고체전지는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전극이나 분리막(멤브레인)을 만드는 단계에서 다른 물질과 계면 접촉이 중요하다. 소결과 같은 열처리를 통해 계면 접촉을 개선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바인더 등 일부 소재가 고온에 약하다는 점이다.

높은 온도(일반적으로 500℃ 이상)에서 잘 만들어진 고체전해질일지라도 다른 물질(바인더, 도전재, 활물질 등)과 혼합하기 위해 아주 미세한 입자로 분쇄해야만 했다. 이는 이온 전도도 손실로 이어진다. 혼합 후에도 제한된 열처리로 계면 간 저항 문제가 발생했다. 온도를 높이자니 소재 손상이 우려되고 반대로 낮추자니 질이 떨어지는 것이 난제였다.

KERI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온에서 양질의 고체전해질을 손상 없이 제조해 극판과 멤브레인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하 박사팀은 자체 개발한 중간재습식 밀링 공정을 기반으로 200℃ 이하 낮은 결정화 온도에도 기존 결과물과 대등한 수준의 이온 전도성을 가지는 고체전해질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성과는 배터리 장비업체 하나기술로 이전됐다. 하나기술은 배터리 전체 공정 턴키 제작이 가능한 곳으로 최근 소재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핵심 소재 및 제조 장비 기술 모두 확보해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 목표다. 하나기술은 2023년 말까지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 시트 제조설비와 시트용 고체전해질 소재 양산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 박사는 “이번 기술은 단순 고체전해질 이온 전도도 향상이나 대량생산에만 머물렀던 관점을 넘어 전극 또는 멤브레인 공정까지 고려했다는 측면에서 완성도와 실용성이 높은 성과”라면서 “향후 전력저장장치(ESS)나 전기차 등 분야에서 성능 좋고 안전한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