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부품 하나로 배터리 3사 손잡은 지아이텍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산업 희비가 엇갈리면서 주력 업종을 바꾸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규 라인 투자가 적은 디스플레이에서 많은 배터리로 넘어오는 추세다.

충남 아산에 자리한 지아이텍도 전환 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지난 1990년 설립된 곳으로 디스플레이 및 배터리 제조장비에 투입되는 부품을 생산한다.

1970년대부터 금형 설계 회사에서 근무한 이인영 대표는 외주가공을 넘어 자체적인 금형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이에 지아이텍 전신인 오성정밀(2012년 사명 변경)을 통해 창업자로 거듭났다. 금속 및 비금속 연산 기술 개발을 진행하면서 원천기술을 쌓아왔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부터 사세 확장 기회가 마련됐다. 해외의존도가 높던 디스플레이 장비 부품 국산화 수요가 생겼고 빈틈 공략에 나섰다. 이 시기에 현재 주력제품인 슬릿노즐 기술력을 확보했다.

지난 15일 아산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슬릿노즐은 디스플레이 공정 중 감광액(PR) 도포하는데 핵심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슬릿노즐은 직사각형 모양의 철제 부품으로 수많은 구멍이 미세하게 뚫려있다. 장비 내부에서 PR을 분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균일하면서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슬릿노즐 주요 고객사는 삼성 계열사 세메스다. 세메스는 지아이텍 슬릿노즐을 탑재한 설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단행하면서 지아이텍도 동반 성장했다. 문제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정체하면서 시설투자가 줄어든 점.
새 먹거리 발굴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이 대표 눈에는 배터리 분야가 들어왔다. 그는 “배터리 전극 공정에서 기판 역할을 하는 집전체(알루미늄 또는 구리박)에 슬러리를 정해진 패턴 및 면적대로 일정한 두께로 코팅할 수 있는 부품이 필요한데 이걸 슬롯다이라 부른다”면서 “슬릿노즐과 유사한 구조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특정 소재를 코팅한다는 점에서 기능이 같다. 외관도 큰 차이가 없다.

지아이텍은 2018년부터 슬롯다이 생산을 본격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스웨덴 노스볼트, 프랑스 ACC, 미국 리비안, 베트남 빈패스트, 중국 장성기차 등 해외업체와도 거래를 텄다. 디스플레이와 같은 방식으로 피엔티, 씨아이에스 등이 생산하는 롤투롤 장비에 지아이텍 제품이 장착된다. 최근에는 삼성SDI와 샘플 테스트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고객사 매출 비중은 LG에너지솔루션 33%, SK온 15%, 삼성디스플레이 및 삼성SDI 9% 수준이다. 나머지는 해외 고객사 몫이다.

현재는 늦게 시작한 슬롯다이가 슬릿노즐보다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작년 매출액(195억원)은 ▲배터리 175억원 ▲디스플레이 11억원 ▲수소전지 3억원 ▲기타 6억원으로 구성된다. 기타는 슬롯다이와 슬릿노즐 보수 비용이다. 두 제품 교체 주기는 6개월~1년이다.

이 대표는 “롤투롤 설비의 롤 하나가 5억원인데 슬러리를 균일하게 바르지 않으면 불량이 난다. 그만큼 슬롯다이 정밀도가 중요하다”면서 “배터리 니켈 함량이 올라가면 분사 난도가 올라가 교체 주기가 빨라진다”고 언급했다.

슬롯다이로 돌파구를 마련한 지아이텍은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했다. 확보 자금은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쓴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천안북부일반산업단지에 3만3628제곱미터(㎡) 규모 토지를 매입했다. 토지 조성공사 중으로 2025년 입주 예정”이라며 “신사옥 입주 시 캐파는 현재 대비 5배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시점에서 슬롯다이 및 슬릿노즐 등을 다루는 부품사업부 캐파는 연간 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아이텍은 또 다른 사업에 도전 중이다. 이번에는 자체 장비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기존 코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터, 필름커팅머신, 라미네이터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성과도 냈다. 작년 12월 중국 샨샨그룹과 122억원 규모 장비계약을 맺었다. 해당 설비는 디스플레이에 편광필름을 부착하기 위한 약액을 코팅한 뒤 합판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달에는 코멤텍에 수소연료전지용 전극공정 장비를 납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탄소저감형 중대형 배터리 고효율 고로팅 코팅시스템 개발 등 정부 정책과제를 수행 중이다.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코팅장비와 전고체배터리 코팅라인 등도 개발 중”이라며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외에도 화장품, 의료기기, 태양광 등 산업군에 지아이텍 부품을 적용하도록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아이텍 지분 34.80%를 보유 중이다. 배우자 한승현 씨와 자녀인 이동희 씨, 이은종 씨 등이 각각 3.24%를 갖고 있다.

지난 3년 매출액은 ▲2019년 125억원 ▲2020년 172억원 ▲2021년 195억원이다. 지난 3년 영업이익은 ▲2019년 17억원 ▲2020년 53억원 ▲2021년 43억원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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