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떠난다. 지난달에만 7차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까지 재개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 네덜란드 등을 찾을 예정이다. 이 기간 열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판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이날 재판부는 “경영상 이유로 10일과 16일 재판에 이 부회장이 불출석한다. 검찰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20일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시찰에 동행하기 위해 의견서를 내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를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SML은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하는 업체다. EUV는 차세대 노광 기술로 미세공정에 필수적이다.
EUV 설비는 ASML이 독점하는 만큼 공급이 제한적이다. 작년 기준 42대가 출하됐다. 대당 수천억원에 달하지만 삼성전자 외에도 TSMC, 인텔, SK하이닉스 등이 구매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쟁사보다 1대라도 더 확보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에도 ASML을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당시 ▲EUV 장비 공급계획 및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인공지능(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협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장 전망 및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래 반도체 기술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도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베닝크 CEO는 올해 4월과 작년 11월에 방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행은 화답 차원이자 총수가 반도체 장비 협상에 직접 나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근 경쟁사와 초미세공정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반도체 초격차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한미 비즈니스 행사, 대통령실 중기인대회, 인텔 CEO 회동 등에 참석하면서 경영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달 유럽에 이어 내달에는 미국에서 개최되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까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에 45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중 반도체에만 300조원 내외를 투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