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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IPO] 성장 숙제 남은 11번가, “내년 상장” 이룰 수 있나

이안나
기업들이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중요해지면서 주요 성장기업이 속속 기업공개(IPO) 절차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면서(高) 적기에 IPO를 진행(GO)하는 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데일리는 잠재적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의 IPO 준비 과정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 4위 기업인 11번가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상장 목표 시점을 내년으로 잡았지만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정체기를 겪고 있고, 대외적 변수가 커지면서 IPO 시장 분위기마저 침체됐다. 같은 SK스퀘어 자회사인 SK쉴더스·원스토어가 상장을 철회한 점도 부담을 키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달 국내외 증권사 10여곳에 입찰제안서 전송 후, 최근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늦어도 6월 내 상장 주간사 선정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11번가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IPO를 추진하는 건 지난 2018년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 등 상대로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5년 내 IPO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11번가가 투자자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예정된 IPO 기한은 2023년 9월30일까지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단 11번가 측은 “계약 때문이라기보다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가치평가가 다시 이뤄지고 있는 시기에 선제적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IPO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2018년 당시 투자자들은 11번가 기업가치를 2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4년 후인 현재 시장이 예상한 11번가 기업가치는 약 2배 높아진 4~5조원이다. 문제는 11번가가 원하는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에 순탄치 않은 상황이 즐비해 있다는 점이다.

11번가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약 6%다. 네이버(17%)와 SSG(15%), 쿠팡(13%)에 이은 4위 사업자이지만 3위와도 점유율이 2배 이상 차이 난다. 매출성장도 더딘 상태다. 지난해 11번가 매출은 5614억원으로 전년대비 2.9% 증가에 그쳤고, 올해 1분기 매출 1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 성장에 머물렀다. 1~3위 업체들이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11번가 입장에선 공격적으로 외형확장을 키울 필요가 있지만 이마저도 ‘조절’이 필요하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694억원으로 전년대비 6배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 265억원으로 전년대비 4배 급증했다. 매출 폭 둔화와 적자 폭 증가는 기업가치와 평가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수혜주’로 언급되던 이커머스 업계 호황이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주춤하면서 수익성 개선 과제는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전쟁 장기화·금리 인상 등 대외적 불확실성과 리오프닝 기대에 따른 온라인 시장 성장 둔화로 11번가보다 먼저 IPO를 추진하던 컬리·오아시스마켓·SSG닷컴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을 완료한다는 목표였지만 이미 예상보다 시기가 지연됐고, 연내 목표로 하던 SSG닷컴은 아직 예비심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

특히 11번가와 같은 SK스퀘어 자회사인 SK스퀘어와 원스토어가 고평가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상장을 철회한 점이 다음 타자인 11번가에 더 큰 부담을 지우게 됐다. SK쉴더스는 지난해 매출액 1조5497억원, 영업이익 1218억원을 낸 업계 2위 ‘알짜’ 보안업체였다. 시장 목표 기업가치는 3조원 이상이었지만 결국 수요예측 실패로 막을 내렸다. 원스토어 역시 향후 성장 가능성으로 상장을 밀고 갈 계획이었지만 결국 상장 철회를 택했다.

11번가가 앞선 두개 회사와 같이 상장 철회 절차를 밟지 않기 위해선 SK쉴더스 ‘수익성’ 혹은 원스토어 ‘성장 가능성’을 넘어설 확실한 무언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해 직매입 비중을 늘리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11번가가 이를 타개할 방안은 뚜렷이 나오지 않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번가 시장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아마존과 전략적 제휴로 해외 직구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11번가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 진행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크게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성장 ▲직매입 기반 빠른 배송 제공 ▲우주패스로 충성고객 확보 ▲오픈마켓 영역 차별화 서비스 제공 등을 내세웠다.

11번가 측은 “상장 임박한 회사들이 현재 시점은 너무 불리하다는 판단으로 철회를 한 것이지만 11번가 목표시기는 내년으로 아직 1년 이상 남아있다”며 “주간사를 선정하는 초기 단계에 있어 재검토 여부 등은 의미가 없다. 내년 상장 목표는 변한없이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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