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네·쿠·쓱에 11번가도 유료회원 유치 ‘속도’…돌파구 마련 총력 [IT클로즈업]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유료회원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엔데믹(풍토병화) 시대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2년간 비대면 소비 확대로 외형을 키워 온 이들이 충성고객을 늘려 성장 둔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방안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SSG닷컴·쿠팡 ‘빅3’는 물론 정체기를 겪는 11번가도 무료배송이나 할인 등 월 요금제 이상 혜택을 내세우며 고정 고객 확보에 나섰다. 특히 11번가는 월 2900원 새 멤버십 ‘우주패스 슬림(slim)’을 무료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 우주패스 미니(월 4900원)보다 가격 장벽을 낮춘 상품으로, 고객 반응이 좋을 시 7월경 정식 출시 된다.

우주패스 슬림은 부가적 혜택들은 제외하고 ▲아마존 무료배송 ▲쇼킹배송(자정 전 주문 시 다음날 도착) 무료반품 등 ‘쇼핑’에만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고객 수요에 따라 SK텔레콤 구독서비스 ‘T우주’에 올·미니·슬림 등 선택지가 확대된 셈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우주는 최근 이용자 100만명을 넘어섰고 1분기 기준 총 상품 판매액은 1300억원을 넘었다.

SK텔레콤·11번가 측은 “현재 상품은 일부 고객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테스트용으로 일반 소비자들은 가입이 불가한 상태”라며 “정식 출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1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 증가에 그쳤고 당기순손실도 26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배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11번가 시장점유율 6%로, 네이버(17%), SSG(15%), 쿠팡(13%)과는 2배 이상 차이 난다.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상품 확대와 우주패스를 통한 충성고객 확보 등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11번가가 충성고객 확보 전략에 있어 시장 상황이 그리 우호적이진 않다. 이미 업계 선두주자인 네이버 쿠팡에 이어 SSG닷컴·G마켓글로벌 역시 유료회원 확보에 저돌적이기 때문이다.

쿠팡 유료 회원 ‘와우 멤버십’ 수는 지난해 기준 900만명,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1분기 기준 700만명이다. SSG닷컴과 G마켓글로벌은 기존 G마켓·옥션 ‘스마일클럽’ 기반으로 300만명 이상 회원을 확보한 상태다. ‘T우주’ 100만명까지 합하면 국내 고객 중 2000만명이 벌써 유료 멤버십 회원 가입자다.

구독료만 비교하면 월 2900원인 우주패스 슬림이 가장 저렴하다. 네이버·SSG·쿠팡이 아닌 11번가를 선택하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가격 승부수를 던진 것. 네이버 멤버십은 4900원, 쿠팡 와우 멤버십은 월 2990원이던 구독료를 다음 달부터 4990원으로 인상한다. SSG닷컴은 3900원(G마켓글로벌 연회비 3만원)이다.

실제 멤버십을 통한 충성고객 유치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쿠팡 활성 고객 중 절반이 유료 멤버십을 이용했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전체 거래액 중 40%가 멤버십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일반 고객 대비 객단가가 높아져 기업 매출 증대에도 도움 된다.


관건은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구독료 대비 혜택 다양성이다. 네이버 멤버십 인기 요인으로는 높은 적립률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이 꼽힌다. 웹툰이나 바이브 등 자체 서비스는 물론 티빙, 스포티비 나우와 제휴를 맺어 멤버십 이용자에게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한다. 편의점 CU 등에서 네이버페이 결제 시 구매가 5%를 마일리지 형태로 적립해준다. 쿠팡은 무료배송과 무료반품 등 배송 특화 서비스에서 나아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도 다년간 투자해왔다.

SSG닷컴과 G마켓그로벌은 온오프라인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은 무료배송과 할인쿠폰, 적립 등을 도입해 기존 상품들보다 혜택이 약하다는 평이 나오지만, 추후 신세계백화점·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오프라인 계열사들이 합류할수록 신세계만의 강점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문화로 자리잡은 ‘스타벅스’가 신세계 통합 멤버십 강력한 차별점으로도 언급된다. T우주에 처음 도입됐던 스타벅스 혜택이 1년도 지나지 않아 종료됐다는 점은 11번가에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자신이 어느 정도 혜택을 얻는지 계산이 되면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려는 소비자들이 생겨났다”며 “이용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충성고객에겐 더 좋은 혜택을 줄 수 있게 됐고 신규고객에겐 장벽을 낮추는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