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미국이 원숭이두창 퍼트렸다" 음모론 중국서 나와... 왜?

신제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사진 (출처: Science Photo Library)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사진 (출처: Science Photo Library)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코로나19의 등장 이후로 감염병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그 배후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빠르게 확산 중인 희귀감염병 ‘원숭이두창(Monkeypox)’도 마찬가지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651만명의 웨이보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슈 창은 최근 본인의 웨이보에 “미국이 생명공학적으로 조작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퍼트리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지난해 미국 비정부기구인 핵위협방지구상(The Nuclear Threat Initiative)이 2022년 5월15일에 가상국가인 '브리니아(Brinia)'에서 원숭이두창이 처음 등장하고 18개월 동안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는 시나리오를 그려낸 바 있기 때문이다.

원숭이두창의 확산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으나, 슈 창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글을 올렸다.

웨이보에서 해당 게시물은 7500개 이상의 좋아요, 660개 이상의 댓글을 받는 등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은 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악”, “미국의 최종목표는 중국”이라고 주장하며 창의 음모론에 동조했다.

국제 사회는 슈 창이 해당 보고서의 맥락을 삭제하고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해, 사람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미국이 의도적으로 원숭이두창을 퍼뜨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미 그 확산세는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Getty Images)
(출처: Getty Images)
◆어디서 본 듯한 레퍼토리…‘누명(?)’ 쓴 중국의 복수일까

원숭이두창에 대한 중국의 음모론은 코로나19의 기원설로 중국이 받아오던 ‘누명(?)’을 연상케한다.

아직까지도 코로나19의 기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못한 상태다. 다만 항간에 떠도는 수많은 가설들 중 하나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일부 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만들어지기 불가능한 구조를 띄고 있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 코로나19 첫 발생자가 나온 중국의 우한에는 바이러스연구소(WIV), 질병통제센터 등이 위치해 있다는 사실도 가설에 힘을 실었다.

물론 현재까지 나온 증거들만으로는 중국이 바이러스 유출을 의도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가설이 기정사실처럼 퍼져 나가며,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미국에서는 아시아 혐오 범죄가 들끓기도 했다.

원숭이두창 음모론에 중국 네티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그간 코로나19로 일부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비난을 받아오며 쌓인 설움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원숭이두창 유입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 방역대책본부는 24일 브리핑을 통해 “해외 이동 증가를 고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전파력이 높지 않고 자체 진단체계 및 대응수단을 갖추고 있는 만큼, 지나친 불안감은 불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제인
jane@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