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관심사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에 집중돼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전장대비 3.82% 급등한 1만1805.00로 마감돼 1년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연초와 비교하면 25% 가량 급락한 상태다. 나스닥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들의 최근 3개월간 주가 흐름을 보면 ‘너무 싸다’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
올해초 주당 1200달러에 육박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현재 769.59달러로 약 35% 정도나 빠진 상태다. 돌발적인 언행과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기행 때문에 주가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전기차’라는 강력한 시장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것이 테슬라의 강점이다.
애플도 올해초 182.94 달러를 기록했었지만 지금은 147.86달러로 역시 20% 가까이 빠진 상태다. 애플은 대표적인 우상향 종목으로 손꼽히는 안정성이 무기이고,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양호했지만 최근 미국 금리인상 이슈와 함께 올 2분기 중국 시장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반도체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52주 최고점인 346.47달러와 비교하면 177.06 달러로 거의 반토막난 상태다. 올 연초 301.21 달러와 비교해도 41%나 급락한 상태다.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가격대다.
하지만 가격이 싸졌다고 선뜻 손을 내밀 수 없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은 여전히 불투명한 미 증시의 전망 때문이다.
KB증권은 지난 13일 미국 시장 주간전망 리포트를 통해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대비 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통화긴축에 따른 금융시장 유동성 위축과 경기 둔화 우려로 당분간 미 증시의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같은 거시경제(Macro)적 측면의 시장 상황은 이미 서학개미 투자자들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볼려는데 미 증시 투자에 발목을 잡는 또 다른 걸림돌은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84원으로 역시 1년전인 1150원대와 비교하면 무려 11% 이상 상승한 상태다. 즉, 달러값이 1년전에 비해 10% 이상 비싸졌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서 미리 충분히 달러를 환전해놓은 사람들이야 부담이 적겠지만 현재의 환율 수준으로 환전해서 미 증시에 들어가는 것은 이중의 리스크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밑으로 다시 떨어지면 고스란히 환차손을 감수해야한다. 미 증시에서 10% 정도의 수익을 거뒀더라도 다시 매도 환율까지 고려하면 그만큼 수익율을 반납해야 한다. 너무 비싸진 달러 때문에 매력적인 가격대임에도 수익률 계산이 잘 서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