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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정보보안기업 실적①] 안랩·시큐아이·윈스·이글루, 나란히 ‘사상최대 실적’

이종현
2020년, 2021년 안랩, 시큐아이, 윈스, 이글루코퍼레이션 매출액
2020년, 2021년 안랩, 시큐아이, 윈스, 이글루코퍼레이션 매출액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2021년 주요 정보보안기업 다수가 나란히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황금기를 누린 결과다.

국내 정보보안기업의 맡형 격인 안랩은 2012년 이후 9년 만에 두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2020년 역성장했던 시큐아이는 매출 상승과 영업이익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상반기 고전했던 윈스는 하반기에 만회에 성공했고, 사명을 바꾼 이글루코퍼레이션도 윈스와 함께 매출 1000억원 클럽을 앞두고 있다.

◆보안업계 맡형 안랩, 매출 2000억 넘은 2번째 한국 보안기업

안랩은 2021년 매출 2072억원을 기록했다. ADT캡스와 합병한 SK인포섹(현 SK쉴더스)에 이은 2번째 2000억 클럽이다. 2016년부터 6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신,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성장률 등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229억원, 당기순이익은 420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4.8%, 126.6% 증가했다. 순이익의 급증은 금융이익의 증가 탓이다. 안랩은 2021년 277억원의 금융수익을 거뒀는데 이는 2020년 43억원의 6배가 넘는다.

호실적의 배경은 코로나19 이후 보안 솔루션 판매 급증 덕분이다. 대표 제품인 ‘V3’를 중심으로 한 보안 솔루션 판매(제품) 매출이 크게 뛰었다. 수출은 전년대비 25억원 줄었지만 내수 매출이 312억원이나 늘었다.

안랩은 보안 소프트웨어(SW)부터 하드웨어, 컨설팅, 보안관제 등을 모두 제공하는 통합 보안기업이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2022년 도전과제로 ▲인공지능(AI) 보안 확대 ▲클라우드 보안 고도화 ▲운영기술(OT) 보안 진출 ▲차세대 보안 모델 확보 ▲블록체인 신사업 추진 등을 꼽았다. 클라우드, OT, 블록체인 등 신규 영역에 대한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비재무적 평가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을 싣는 중이다.

실적과는 무관하게 기업 주가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창업주의 향후 정치 행보에 따라 주가가 반응하는 ‘정치 테마주’의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외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안 청업주 지분 매각, 인수합병(M&A), 경영권 분쟁 등 여러 가설이 나돌고 있다.

주가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2대 주주에 오른 미국 자산운용사 퍼스트트러스트가 될 전망이다. 퍼스트트러스트는 29일 기준 안랩의 지분 14.96%를 보유했다. 평균 매수 가격은 10만6479원이다. 22일 이후 6거래일 연속으로 매수를 지속했는데, 18.57%를 보유한 안철수 창업주와의 지분 격차는 3.61%에 불과하다.

◆체질개선 성공한 시큐아이··· ‘2위’ 위치 공고히

경쟁 기업들이 성장을 거듭하는 와중 역성장했던 시큐아이는 2021년 매출액 1250억원, 영업이익 101억원, 당기순이익 8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16%, 59.6%, 44.3% 성장했다.

2020년 시큐아이의 역성장은 사업 체질개선의 영향이 크다. 2019년 전체 매출의 40.4%에 달하던 상품 매출을 2020년에는 17.1%까지 줄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 매출은 9.6% 줄었다.

상품매출은 타사 솔루션을 판매하는 비중이다. 영업마진율은 10% 미만이다. 영업마진율이 50%에 육박하는 자체 솔루션 판매 매출(제품)과 수익성 차이가 상당하다. 매출 성장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시큐아이의 2021년 전체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11.4%까지 낮췄다. 줄어든 상품매출을 방화벽 및 보안관제, 컨설팅 등 제품·용역 매출로 충당했고, 그 결과 시큐아이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4%에서 2020년 5.9%, 2021년 8.1%로 상승했다.

시큐아이는 네트워크 보안 분야 국내 1위 사업자다. 특히 방화벽 시장에서 경쟁력을 드러낸다. 최근에는 윈스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침입방지시스템(IPS) 시장에서 경쟁 의지를 드러냈다. 40기가비피에스(Gbps)급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목할 요소다.

시큐아이의 운전대를 잡은 정삼용 시큐아이 신임 대표는 앞으로도 수익성이 낮은 상품매출 대신 제품 및 서비스 매출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목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50억원, 135억원, 엽엉이익률 10%다. 단기 매출 성장에 집중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3~5년 단위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취임 일성이다.

◆22년 만 수장 변경··· 올해 1000억 클럽 입성할까?

윈스는 IPS 시장에서 국내 1위 점유율을 유지 중인 네트워크 보안기업이다. 2021년 매출액 964억원, 영업이익 209억원, 당기순이익 18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2.7%, 11.7%, 2.4% 상승했다.

성장폭은 경쟁사 대비 저조한 편이다. 다만 이는 2020년 파격 성장의 영향이다. 2021년 윈스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7.6%나 줄었었다. 2020년으로 예정돼 있던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IPS 수출이 대폭 늘어난 탓에 2020년 매출이 단기 급등했다. 작년에는 하반기에 100Gbps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성장으로 사업을 마감했다.

5세대(G) 통신이 시장에 안착하고,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트래픽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만큼 고용량 IPS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IPS 제품 경쟁력 강화를 천명한 시큐아이의 경우 신제품으로 내놓은 것이 40Gbps다. 윈스의 경우 2020년 100Gbps급 IPS를 개발했고 2021년부터는 수출까지 본격화한 상태다. 올해도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00년 이후 22년 만의 대표 교체다. 22년간 윈스를 이끈 김대연 전 대표가 사임하고 조카인 김보연 신임 대표가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보연 대표는 윈스의 최대주주인 금양통신 김을재 회장의 아들로, 2006년부터 2012년부터 NH농협은행에 근무한 뒤 2년간 금양통신에서 재직, 2013년부터 윈스에 합류했다. 사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김보연 대표는 2020년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회사 운영을 담당해왔다.

정보보안업계에서 윈스의 경우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인수합병(M&A)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작년 윈스의 영업이익률은 21.7%인데,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도는 경쟁 기업 대비 크게 높다.

윈스는 작년부터 클라우드 보안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신임 대표 체제 하에 ‘도전을 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멍에를 벗을지가 주목된다.

◆23년 만에 새 이름 단 이글루코퍼레이션··· M&A로 존재감 키웠다

통합보안관제(SIEM) 기업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 28일 이글루코퍼레이션으로 사명을 교체했다. 1999년 설립 이후 23년 만에 최초의 사명 변경이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은 2021년 매출액 920억원, 영업이익 56억원, 당기순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12.6%, 15.8%, 52.4% 증가했다. 올해도 유사한 성장치를 달성한다면 매출액 1000억원 달성도 가능하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의 경우 보안관제 분야에 특장점을 지닌 기업이다. 보안관제 등 서비스 사업의 연 매출은 727억원에 달한다. 안랩 306억원, 시큐아이 547억원, 윈스 340억원 등보다 높다. SK쉴더스의 정보보안 사업 부문 인포섹에 이은 국내 2위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공지능(AI) 관련 특허 확보 및 인수합병(M&A)이다. 특허정보 검색 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이글루코퍼레이션이 등록한 특허는 총 86개다. 2022년 8개, 2021년 18개, 2020년 34개 등 최근 3년새 60개의 특허를 등록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NHN이 보유 중이던 파이오링크의 지분 28.9%를 350억원에 매수하며 식었던 정보보안업계 M&A의 불씨를 당겼다. 기업간 합종연횡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돼 왔는데, 이글루코퍼레이션이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지분율 50%를 초과할 경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된다. 파이오링크의 경우 이글루코퍼레이션의 지분이 28.9%이기에 연결재무제표로 작성되진 않는다. 다만 이글루코퍼레이션가 최대 주주이고, 조영철 파이오링크 대표 등 우호지분을 합하면 39.28%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파이오링크의 2021년 매출액은 543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9억원, 111억원이다. 사실상의 지배회사인 파이오링크의 실적을 합한다면 이글루코퍼레이션의 기업 규모는 단번에 안랩에 이은 정보보안업계 매출 2위에 위치하게 된다.

이글루코퍼레이션과 파이오링크, 양 기업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관제 및 컨설팅 등 서비스 사업에 강점을 두고 있지만 자체 솔루션 판매 비중은 저조한 편이다. 파이오링크의 경우 매출의 67%가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컨트롤러(ADC), 보안스위치, 웹방화벽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비스 사업과 솔루션 사업을 함께하는 패키지 영업 등이 기대된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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