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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공시 시작…실효성 의문 계속되는 이유는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주요 배달주문 앱 배달비를 공시하는 ‘배달비 공시제’가 지난 25일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업체별 배달비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만들어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시행 이전부터 제기되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12~13일 양일간 서울 25개구 내 가장 인구 수가 많은 1개 동을 선정, 치킨과 분식(떡볶이)을 주문했을 때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배달비에 대해 조사해 발표했다. 특정 주소지 4km 미만 프랜차이즈를 업종별 2개씩 검색해 최소주문금액으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시범적으로 이뤄진 첫 조사인 만큼 대표 배달 음식 2개 품목만 대상으로 지정하고, 지역도 서울로 한정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조사 품목과 조사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 같은 장소에서 배달 주문 시 최고·최저 배달비 모두 ‘배민’?=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식점에서 배달을 주문했을 때, 배달앱 간 배달비 가격차는 1000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적게는 최저 100원, 많게는 최대 5500원까지 차이 났다. 가령 서울 중랑구에 있는 한 분식집에서 주문하니 배달의민족 단건배달 ‘배민1’ 배달비는 7500원, 쿠팡이츠는 6000원, 요기요는 2000원 배달비를 지불해야 했다.

동일 조건에서 배달비 차이가 있을 때 최고 배달비가 가장 많았던 앱은 168건 중 배민1(단건배달) 40건이었고, 최저 배달비가 가장 많았던 건 배달의민족(묶음배달) 26건이었다. 모든 앱에서 배달비가 동일한 경우는 39건이었다.

주말 점심시간 때 배달비를 배달거리에 따라 분석한 결과, 배달거리 3km 미만인 경우 3개 배달앱 대부분 3000원 배달비를 책정하고 있었다. 3km 이상에서 가장 빈번한 가격은 6000원으로 배민1과 쿠팡이츠가 같았고, 요기요는 5000원이었다. 배달의민족(묶음 배달)은 2000~5500원까지 다양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 앱들이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총배달비가 배달 거리와 시간, 날씨, 주문 금액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만 안내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 얼마가 추가되는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입점 가게 수가 가장 많다 보니 최저 배달비부터 최고 배달비까지 다양하게 상품구성이 구성돼 있다”며 “고객부담 배달팁이나 최소주문금액은 플랫폼이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고 배달거리 기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요기요 측은 “일반 배달과 요기요 익스프레스(자체배달)이 나뉘어 있는데 공시엔 구분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달 공시제, 배달비 인하 효과 가져올까…업계는 ‘글쎄’=배달비 공시제가 도입된 배경은 최근 배달비가 급격하게 올라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는 배달앱 별 배달비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소비자 합리적 선택을 돕고 배달 플랫폼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한 달에 한 번 공시하는 수치로는 여러 요인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배달비를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각 배달 플랫폼에서 최저 배달료 순으로 업체를 나열하는 필터링을 갖춘 상황에서 공시를 들여다 볼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지 또한 미지수다.

특히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제공한 배달비 및 최소주문금액은 플랫폼 업체들이 정하는 것이 아닌, 음식점 업주 재량이다. 배달비를 업주와 소비자가 분담하는 구조 안에서 업주들이 개별 매장 상황에 따라 배달비 비중을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정해진 요금대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같은 음식점에서 같은 주소지로 주문을 해도 배민1이 쿠팡이츠보다 높을 때도, 쿠팡이츠가 배민1보다 높을 때도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사 자료 협조를 받아 데이터를 갖고 통계를 낸다면 평균 배달료 설정이 가능하겠지만 일부 자체 조사로는 수많은 변수들을 따라갈 수 없어 신뢰성이 크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도 “배달비가 올라간 근본 요인은 라이더 공급 부족에 있어 공시제로 배달비가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며 “서울·수도권 자영업자들은 배달비 인상보다 (라이더가 없어) 배달 못 하는 것 자체를 더 힘들어 한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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