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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빠진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현행법에 OTT만 얹었다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내세워 낡은 방송법 규제체계 개편에 나선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지상파·유료방송과 함께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분류해 동일 규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2000년 통합방송법 탈피를 외치지만 들여다보면 기존 방송법과 인터넷TV(IPTV)법을 통합시키고 규율대상에 OTT를 넣은 것 외에는 현행법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미디어정책 부처가 산재된 상황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의 제정은 중복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오후 방송회관에선 방통위가 후원하고 한국언론학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방통위가 추진 중인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OTT 등 네트워크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공급·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정의하고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는 크게 콘텐츠서비스와 플랫폼서비스로 구분된다. 법은 콘텐츠 서비스는 콘텐츠를 직접 기획·제작해 다른 곳에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 서비스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받은 동영상을 잘 구성해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각각 정의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황준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 이전까진 네트워크에 기반한 방송과 통신으로 이분화해서 수직적 규제체계를 적용했다”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네트워크에 관계없이 방송과 통신을 네트워크 계층과 콘텐츠 계층으로 구분하고 동일 계층 내 서비스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 철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한 규제 철학을 적용한다는게 규제 수준이 동일하다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사업자들도 이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가운데 현행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미디어 규제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이 규제 완화가 필요한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TT 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콘텐츠웨이브의 노동환 정책협력부장은 “지금 있는 규제체계에 OTT 사업자를 포섭하는 형태의 규제체계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출발점이 미디어체계에 대한 변화가 아닌 기존 미디어체계의 혁신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OTT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전기통신망법 등 다섯개 법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의 체계안에서 중복규제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며 실효성을 지적했다.

OTT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내 규제 분류체계에서 콘텐츠 서비스와 플랫폼 서비스 모두에 속하는 부분에 대해 규제가 과도하다고도 호소했다. 그는 “OTT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딜리버리하는 서비스로, 플랫폼의 속성이 강하다”라며 “이런 속성을 고려해 중첩이 아닌 하나의 서비스로 분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경 한국IPTV방송협회 정책기획센터장도 마찬가지로,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사전규제가 많다보니 기업의 자율적인 혁신 기대하기 어렵다. 유료방송 같은 경우 최소 규제 원칙에 입각해달라”며 “기존의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고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과연 충분한가에 대해선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유료방송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금지행위 제도 개선”이라며 “제작능력을 갖추고 있는 대형콘텐츠사업자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는데 현행법은 공정거래에 대한 책무를 유료방송플랫폼 사업자에만 부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형평성 차원에서 관련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사업자에게도 금지행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방송협회 조성동 정책연구위원은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유료방송·지상파 이야기를 하다가 7~8년 후엔 갑자기 IPTV, 이젠 그 주도권이 OTT로 옮겨져 굉장히 소외감이 느껴진다”며 “OTT를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기존 방송영역에 대해선 ‘규제완화는 해보려고 해’ 계획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실천되는 모습이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디어정책이 방통위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개 부처가 주도하고 있는 부분도 지적했다. 그는 ”3대 부처가 같이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토론회에서 공유된 정책연구결과를 토대로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시청각미디어시장에서의 상생과 발전을 위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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