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크리에이터 경제 활성화할 것”…국내 1위 MCN이 NFT에 빠진 까닭

박현영

한장겸 샌드박스 게임스튜디오 디렉터(왼쪽)와 신석훈 게임스튜디오 기술총괄(오른쪽).
한장겸 샌드박스 게임스튜디오 디렉터(왼쪽)와 신석훈 게임스튜디오 기술총괄(오른쪽).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국내 개인방송 시장에서 샌드박스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500명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된 국내 1위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인 만큼, 샌드박스에서 창출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도 무궁무진하다.

최근 급부상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산업은 IP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다. NFT가 콘텐츠의 미래로 각광받으면서 어떤 IP를 가지고 NFT를 제작하는지가 관건이 됐다. 샌드박스가 NFT 사업에 진출한 것도 그만큼 자연스러운 행보다.

샌드박스는 상반기 NFT 프로필사진(PFP) 프로젝트 출시를 시작으로, NFT를 활용한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 게임도 제작한다. 본격적으로 NFT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다.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된 MCN인 만큼, NFT를 통해 크리에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웹 3.0 시대, 생각보다 빨랐다”…샌드박스가 NFT에 진출한 배경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네트워크 본사에서 만난 한장겸 샌드박스 게임스튜디오 디렉터는 “웹 3.0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며 NFT 사업 진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샌드박스는 MCN이기 전에 스타트업이고, 그만큼 기민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웹 3.0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디렉터는 “크리에이터 경제를 확장하기 위해서도 NFT 시장은 중요하다”며 “NFT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중요하고, 그 콘텐츠를 만들어줄 크리에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NFT 시장에서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단순히 소속 크리에이터가 있는 MCN이라고 해서 NFT 사업을 잘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MCN 중에서도 샌드박스는 비슷한 콘텐츠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NFT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공간이 메타버스인데, 샌드박스는 메타버스 속에서 콘텐츠를 창출해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 디렉터는 “매드몬스터로 대표되는 ‘빵송국’의 부캐들도 어떻게 보면 가상세계 안 캐릭터들”이라며 “소비자들이 매드몬스터 세계관 안에서 그에 맞게 즐기는 것을 보고, 메타버스는 물론 웹 3.0 콘텐츠가 정착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샌드박스는 메타버스 내에 팬과 크리에이터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NFT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더 샌드박스’ 택한 샌드박스…“랜드에서 콘텐츠 만든다”

더 샌드박스 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랜드'.
더 샌드박스 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랜드'.
샌드박스가 선택한 메타버스는 블록체인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기업 모두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DNA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중에서도 더 샌드박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디렉터는 “더 샌드박스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파트너십을 맺고, 더 샌드박스 내에 ‘랜드’를 구매해뒀다”며 “이후 메타버스가 이슈화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미리 사뒀던 랜드였다”고 말했다. 랜드는 더 샌드박스 내 부동산이자, 랜드 하나 하나가 NFT다. 미리 랜드를 사둔 만큼, 그 랜드를 충분히 활용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샌드박스 게임 채널 구독자들 중 마인크래프트 이용자가 많아서 구독자들에게도 익숙할 것”이라며 “샌드박스가 복셀 디자인의 콘텐츠에 대해선 오래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에 이 점 역시 더 샌드박스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더 샌드박스의 크리에이터로서 NFT를 출시하고, 랜드에 콘텐츠를 채워나갈 예정이다. 한 디렉터는 “아바타 NFT를 먼저 출시할 예정”이라며 “랜드는 행사 위주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다른 NFT 프로젝트와도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샌드박스, 자체 PFP NFT‧P2E 게임도 출시
신석훈 샌드박스네트워크 게임스튜디오 기술총괄(왼쪽)과 한장겸 게임스튜디오 디렉터가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석훈 샌드박스네트워크 게임스튜디오 기술총괄(왼쪽)과 한장겸 게임스튜디오 디렉터가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더 샌드박스 내 랜드를 채우는 것 외에도 샌드박스는 자체 NFT 사업에 도전한다. 상반기 중 출시하는 클레이튼 기반 PFP NFT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택한 이유에 대해 신석훈 샌드박스 게임스튜디오 기술총괄은 “NFT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있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클레이튼의 가상자산 지갑 ‘카이카스’가 한국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데다,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가 클레이튼 기반 NFT 거래를 지원하는 게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개발 면에서도 편리했다. 신 총괄은 “이더리움이 가스비(네트워크 거래 수수료)가 비싼 것에 비해 클레이튼은 가스비가 고정이고, 최근 기술 성숙도도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PFP NFT 프로젝트의 핵심은 커뮤니티다. NFT를 소셜미디어 프로필사진으로 걸어두고 소통하는 커뮤니티가 조성돼야 한다.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BAYC), 크립토펑크 등 대표적인 PFP NFT 프로젝트들도 커뮤니티를 키우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샌드박스도 PFP NFT 프로젝트 출시 후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의 IP도 활용할 계획이다.

신 총괄은 “특정 크리에이터의 PFP NFT가 출시될 경우, 해당 NFT를 보유한 홀더들만 프라이빗 팬미팅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거나 홀더들에게 웰컴 패키지를 지급하는 등 커뮤니티 조성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PFP NFT 보유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P2E 게임도 출시한다. 샌드박스는 상반기 중 P2E 게임 ‘메타토이드래곤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PFP NFT 보유자들은 게임 내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 총괄은 “PFP NFT 보유자들에게는 메타토이드래곤즈 알파 혹은 베타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권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또 P2E 게임을 하기 위해선 캐릭터 NFT가 있어야 하는데, 캐릭터 NFT인 드래곤을 PFP NFT 보유자들에게 에어드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샌드박스는 게임 내 NFT 아이템을 미리 민팅(발행)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에 PFP NFT 보유자들을 포함할 계획이다. 이 같은 혜택을 통해 PFP NFT 커뮤니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PFP NFT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메타토이드래곤즈의 초기 사용자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P2E 게임으로서 차별화 포인트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잇따라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메타토이드래곤즈./출처=메타토이드래곤즈 홈페이지
상반기 출시 예정인 메타토이드래곤즈./출처=메타토이드래곤즈 홈페이지
메타토이드래곤즈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한장겸 디렉터는 “쿠키런 킹덤처럼 마을을 꾸미고, 마을 내에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며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조그만 특징을 가미한 게임을 좋아한다”며 “그 특징이 그래픽이라고 생각하고, 그래픽으로 즐거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P2E 게임답게 탄탄한 토큰이코노미도 구축할 계획이다. 한 디렉터는 “게임 내 경제구조에 가장 신경쓰고 있다”며 “게임 내 유틸리티토큰과 소각 모델을 마련해 튼튼한 경제 구조를 확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샌드박스는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 ‘보라’의 거버넌스카운슬 멤버로도 참여한다. 거버넌스카운슬은 보라 블록체인의 블록을 생성하는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그룹이다.

한 디렉터는 “보라 생태계 구축의 한 축을 맡게 됐다”며 “보라 블록체인 상 콘텐츠 제작자로서 크리에이터와 팬, 그리고 샌드박스로 이어지는 커뮤니티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현영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