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량 3배↑' 달라진 일본… 현대차 이번엔 ‘난공불락’ 뚫을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일본은 자국 기업 제품을 유달리 선호하는 폐쇄적인 소비심리를 가지고 있다.
일본 경제가 한참 잘 나갔고, 실제로 제품의 질도 좋았던 1980년~90년대의 관성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일본 시장을 뚫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꼽힌다. 특히 이 중에서 자동차와 가전제품은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할 정도로 자국산 선호도가 높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일본 자동차 시장 역시 세계적인 전동화 흐름에 맞춰 개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급속하게 전기차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를 앞세워 다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는 현대자동차가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 순수 전기차는 8610대가 팔려 전년(3200대)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아직 전기차 판매 비중은 현지 전체 시장의 1%에 불과하지만, 향후 일본 역시 ‘전기차 대세’에 편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크다.
그동안 일본 완성차 업체는 글로벌 스테디셀러인 토요타의 '프리우스'를 필두로 하이브리드에 집중했다. 2010년 닛산이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내놓았지만 하이브리드 초강세의 현지 시장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전기차 위주로의 시장 재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3년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2030년대 중반까지 휘발유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최종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을 선언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80만 엔으로 기존 대비 두 배가량 늘렸다.
현지 기업 역시 이러한 추세에 발 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하이브리드 명가 토요타는 2030년까지 전동화에 8조엔을 투자할 것을 밝혔으며, 닛산은 지난해 11월 향후 5년간 2조엔을 들여 브랜드 전동화에 박차를 가할 것을 선언했다. 닛산과 미쓰비시가 속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역시 총 300억유로를 투입해 오는 2030년까지 신형 전기차 30종 이상을 출시할 계획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일본 소비자들의 해외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인식 변화다. 스기우라 세이지 도카이도쿄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시가총액이 토요타를 넘어선 이후 현지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테슬라는 현지에서 52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판매량 1900대보다 약 2.7배 증가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작년 2월 테슬라는 모델3 가격을 24% 인하한 500만엔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01년 일본에 진출한 바 있는 현대자동차는 현지의 도로 사정이나 주차 공간, 세금 체계 등 현지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쓴 실패를 맛봤다. 소형차 위주로 돌아가는 현지 시장에서 중형 차급 이상인 쏘나타, 그랜저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 2009년 철수하기까지 현대자동차가 판매한 차량 대수는 1만5000여대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는 이번에는 '아이오닉5' 등 전기차만 전량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재진출할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은 매우 수준이 높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며 “한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성장이 일본에서는 더 빨리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해외 브랜드가 ‘갈라파고스화’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야오 다케시 카노라마 애널리스트는 “일본 자동차 업계는 세계적으로 강하지만, 국내에선 더 강해 외국 업체들엔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며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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