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공정위도 “구글·넷플릭스, 우월적지위로 망사용료 거부”…입법 필요성 ‘탄력’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구글·넷플릭스 등 일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입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통신3사가 망 이용대가를 차별적으로 받고 있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신고사항에 대해 “타 해외 CP들과 달리 구글·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들어 통신3사의 차별적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달리 말하면 구글과 넷플릭스가 부당하게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고 있음을 국내 규제기관이 공식화한 것으로, 최근 이들 해외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제화가 추진되는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 같은 점을 지목하고 “결국 협상력이 약한 사업자에는 돈을 받고 협상력이 강한 사업자에는 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지적했다.

방 위원장은 “트래픽 이용량 대비 단가의 등가성 유지 원칙을 전제로, 표준 계약을 제시해 일정 범위 안에서 자율성을 허용하되 대량의 트래픽 유발 사업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특히 “(입법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수익만이 아닌, 소비자 이익과 스타트업 같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제도로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는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김상희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이원욱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양정숙 의원(무소속) 등 5건의 유사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대형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최소한 망 사용료 협상을 치르게 할 수 있도록 한 법안들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거대 사업자들이 협상을 회피하면서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상황은 결국 이용자들을 볼모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구글과 넷플릭스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망 이용대가를 다른 CP나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그러면서 “통신사업자는 유무선 인프라 투자에 5년간 7조원을 들이고 있지만 트래픽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곳은 구글과 넷플릭스뿐이며, 조속한 법률 제정으로 이들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대로 CP을 대변하는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입법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조 국장은 “지금 나온 입법안들이 모두 통과되고 나아가 글로벌 표준이 된다면, 소위 K-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상황이 될 경우 국내 CP가 해외 ISP에 돈을 내게 된다”며 망 부담을 호소했다.

정부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의 긍정적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높은 트래픽 대비 망 책임을 회피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해외 CP들이 고품질 대용량 콘텐츠를 최종 이용자에 원활히 전달하려면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국내 ISP와의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유럽에서도 통신사들이 빅테크의 망 비용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 정부도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적극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춘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 역시 “망 이용대가는 사적 계약 원칙도 존중돼야 하겠지만 통신망처럼 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것을 고려해 사후규제를 실효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가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자료제출 권한을 같이 법제화해주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