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전…연이은 생산라인 가동 차질도 한몫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2020년 하반기 촉발한 반도체 공급난이 2021년을 넘어 2022년까지 지속할 전망이다. 물류대란 이슈 잔존, 원재료 부족 사태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각종 기관 및 업계의 예상 시점에는 차이가 있으나 올해 상반기까지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글로벌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 주도권 재정비 경쟁이 본격화했다.
반도체 이슈는 코로나19가 시발점이다. 2020년 초 전 세계적으로 공장이 멈춰선 데다 국가 간 이동 제한으로 유통망이 무너졌다. 반도체의 경우 찰나의 순간만 가동 중단되더라도 피해가 커 주요국에서 예외를 적용했으나 간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반도체를 찍어내더라도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구매 감소로 이어져 반도체 가격 하락 또는 생산 속도 조절 등이 불가피하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완성차업체의 수요예측 실패가 주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가 시작되자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대폭 줄였다. 반도체 제조사는 정보기술(IT) 기기 제품 비중을 확대해 대응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자동차 수요는 반등했고 대다수 기업은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신차 주문 시 인도까지 소요 기간이 수개월 길어졌고 중고차 가격 상승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이 꼬이기 시작했다. 전기차 비중 확대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필요분이 늘었고 이미 라인을 전환한 반도체 제조사로서는 생산량 조절이 쉽지 않았다.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은 더욱 길어졌고 제품가는 수 배 폭등했다.
노트북과 태블릿 등은 비대면(언택트) 생활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자동차에 이어 수요공급 불균형이 벌어진 계기다.
아울러 MCU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은 8인치(200mm) 웨이퍼 라인에서 주로 생산해왔다. 8인치는 구식 기술로 치부돼 주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과 장비 업체는 12인치(300mm) 위주로 사업 구조를 전환했다. 8인치 설비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생산능력 증대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자연재해 또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생산 차질도 반도체 병목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르네사스는 연이은 화재와 지진으로 공장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등 공장은 작년 초 미국 텍사스 한파로 전력난에 직면했다. 대만 TSMC는 전례 없는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었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 반도체 전공정 및 후공정 라인이 대거 포진한 지역은 코로나19 재발로 이동 제한 조치 등이 이뤄졌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봉쇄령으로 낸드플래시 공장 생산 조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방산업 여파는 원재료 시장도 흔들었다. 웨이퍼, 반도체 기판 등도 주문량에 미달하는 상황이다. 수요 상승에 이들 품목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텅스텐 구리 등 몸값이 뛰면서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최소 2배 이상 오르면서 반도체 원가가 상향 조정됐다. 향후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요소다.
반도체 업계와 고객사는 대응 마련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작년부터 반도체 공장 증설이 본격화한 만큼 공장 가동까지는 최소 2년 내외가 필요한 탓이다. 물류대란으로 인해 반도체 장비 투입이 일정 부분 늦어진 것도 악재다. 코로나19 국면 역시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관련 영향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로 갑을 관계가 바뀐 상황이다. 파운드리와 반도체 원료 업체는 당분간 단가를 지속 올릴 것”이라면서 “보수적으로는 2025년 전까지 현사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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