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글로벌 CP는 더 이상 얌체 같은 ‘무법 무임승차’로 상도의와 기업윤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넷플릭스가 촉발한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국내 망 무임승차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가 법제화에 착수했다. 이들이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대한 망 이용대가 계약을 거부하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나섰다. 전 의원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CP는 국내 인터넷 망을 통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에도, 우월한 협상력으로 정당한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의원은 망 이용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해 일찌감치 대표 발의했다. 관련 법안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발의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통신망 이용·제공에 관해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체결된 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 골자다.
넷플릭스가 국내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대가 협상 요청에 응하지 않는 등 계약 체결 자체를 무력화한 사례에 비춰볼 때, 대형 사업자의 부당한 계약 거부 행위를 법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절차마저 ‘패싱’한 상황이어서 법적 강제력이 더욱 필요하단 지적이다.
전 의원은 “계약 당사자간 협상력에 불균형이 있는 경우에는 법령으로 합리적 계약 체결에 관한 사항을 규율할 수 있다”며 “특히 망 이용대가 문제는 수년째 사업자간 계약이나 대가 지불 문제가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않아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법적 규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 “세금 안 낸 외국인이 공짜로 고속도로 이용하는 격”
전 의원은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 대해 “세금으로 고속도로를 잘 깔아놓고 모두가 통행료를 내며 이용하고 있는데, 세금 한 푼 안낸 외국인이 통행료도 안내고 공짜로 고속도로를 이용하겠다는 격”이라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9월 전혜숙 의원실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69.8%는 해외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우리나라 법 제도를 따르지 않는 외국 기업은 서비스를 중단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46.6%에 달했다.
전 의원은 입법을 통해 글로벌 CP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과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의원은 “국내 CP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데, 넷플릭스나 구글 같은 해외 기업은 정당한 비용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 비용은 결국 국내 CP와 이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라 말했다.
얼마 전 방한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사장이 우리 국회의 관련 입법 움직임에 “공정한 망사용료 책정에 대해 고려해 달라”고 당부한 데 대해서도 “국내 통신사들은 인터넷 망 투자에 연평균 7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는데, 망 이용대가를 전혀 지불하지 않는 넷플릭스가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 “법안 통과 희망적…여야 ‘공정’ 공감대 형성됐다”
현재 과방위에는 전 의원의 법안을 필두로 김영식 의원(국민의힘)과 김상희 부의장·이원욱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등 여야를 막론한 유사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모두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CP로하여금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게 하거나 최소한 협상을 치르도록 의무화 한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이다.
전 의원은 “이 법안들도 결국 망 이용에 대한 ‘공정’을 실현하자는 맥락에서 동일선상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연내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유를 내비쳤다. 전 의원은 “정기회 법안심사 때 수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이 없었다”면서 “법안 통과 자체는 희망적”이라고 봤다. 다만 “시기가 문제인데, 중대한 내용의 법안인 만큼 기대보다 한 두달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정부에도 역할을 촉구했다. 전 의원은 “부처에서도 의지를 피력한 만큼 법안 처리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사업자와 충분한 토의를 통해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고, 글로벌 CP 망 이용대가 징수를 통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망 안정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