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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감별사] ‘에스파’로 성공한 SM의 메타버스 실험, NFT로 이어질까?

박현영

최근 게임사부터 엔터테인먼트사, 미술품 경매사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NFT는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합니다. 게임 아이템, 디지털 예술품 등 희소성이 중요한 분야에 NFT가 활발히 도입되는 가운데, <디지털데일리>는 각 기업의 준비 현황을 토대로 NFT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SM은 수 년 전부터 미래 콘텐츠 시대를 준비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메타버스 걸그룹 ‘에스파’를 론칭했습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총괄프로듀서는 지난 9일 블록체인 프로젝트 솔라나 주최로 열린 ‘브레이크포인트(Breakpoint) 2021’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프로듀서의 발표에서 언급됐듯, SM은 메타버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엔터테인먼트사다. 다른 기업들은 준비 단계인 반면 SM은 이미 메타버스 실험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냈다. ‘넥스트 레벨’에 이어 ‘세비지’까지 흥행시키며 케이팝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걸그룹 에스파가 그 사례다.

◆ 에스파로 시작된 메타버스, 그 안의 콘텐츠는 ‘NFT’

현실세계의 멤버와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가 함께 하는 에스파의 세계관. 사진은 에스파 멤버 '윈터'와 윈터의 아바타 '아이(ae)윈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실세계의 멤버와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가 함께 하는 에스파의 세계관. 사진은 에스파 멤버 '윈터'와 윈터의 아바타 '아이(ae)윈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스파의 세계관은 독특하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아티스트 멤버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서로 교감하며 성장해간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에스파가 ‘메타버스 걸그룹’인 이유다.

에스파는 ‘에스엠컬처유니버스(SMCU)’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 프로듀서는 “메타버스를 접목한 SMCU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세상”이라며 “SMCU 안에서 아티스트와 뮤직비디오, 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지식재산권(IP)이 연결되는 콘텐츠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은 메타버스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미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NFT는 ‘디지털 재산’ 역할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 내 건물, 부동산, 캐릭터, 캐릭터가 착용하는 소품까지 모두 NFT로 제작 및 거래되고 있다.

에스파의 아바타 멤버들이 존재하는 메타버스 세상에서도 NFT는 디지털 재산이자 콘텐츠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프로듀서는 “메타버스는 프로슈머들이 와서 놀고, 창조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SM의 콘텐츠가 프로슈머에 의해 재창조되도록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창조되는 콘텐츠의 방향은 NFT를 통해서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로슈머란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을 뜻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자 소비하는 ‘핑크블러드(SM엔터테인먼트 팬들을 이르는 말)’들이 메타버스 내에서 NFT 콘텐츠를 제작하게끔 지원하겠다는 게 이 프로듀서의 목표다.

아바타 멤버들과 함께 하는 걸그룹 '에스파'./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바타 멤버들과 함께 하는 걸그룹 '에스파'./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만의 NFT 공약, 성공할까? ‘IP‧팬층’ 두 가지 성공 요소 뚜렷

‘SM표’ 메타버스에서 NFT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이 프로듀서의 목표는 성공할 수 있을까?

SM은 성공적인 NFT 사업을 위한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 IP와 팬층이 그 두가지다. 때문에 이 프로듀서가 밝힌 목표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음악, 영상, 웹소설 등 모든 형태의 콘텐츠가 NFT로 발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유명 IP를 확보하면 NFT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NFT 사업에 나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IP 확보를 위해 엔터테인먼트사들과 협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SM의 경우 에스파, NCT 등 SM에 소속된 아티스트 자체가 IP다. 뮤직비디오, 공연 영상, 음원 등 IP로부터 창출될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P의 측면에서 SM은 케이팝 시장에서 가장 많은 아티스트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남자 IP(NCT)와 여자 IP(에스파)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P가 NFT 발행을 위한 기반이라면, NFT 판매 및 사용을 위한 기반은 팬층이다. 팬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점은 케이팝이 NFT와 잘 어울리는 이유로 꼽힌다. 케이팝 팬들 사이엔 굿즈에 돈을 아끼지 않는 문화가 형성돼있다. 또 아티스트의 후속곡이나 앨범 콘셉트를 팬들이 투표로 결정한 사례도 꾸준히 쌓여왔다.

NFT가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만큼, NFT로 판매되는 굿즈는 모두 가치가 다르고 복제가 불가능한 한정판이다. 팬은 한정판 굿즈를 구매함으로써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굿즈를 구매한 팬에게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등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SM의 팬층은 그 어느 엔터테인먼트사보다 탄탄하다. 특히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서도 팬과 아티스트 간 소통 문화가 잘 구축돼있다. 디어유는 아티스트가 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플랫폼 ‘버블’을 운영한다. 수많은 팬들이 매월 일정 금액을 내는 구독 방식으로 버블을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팬층이 두텁고 팬 문화가 잘 정착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SM이 NFT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가능성도 크다. 특정 NFT를 구매한 팬에게 아티스트의 메시지 등 버블과 비슷한 혜택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디어유 역시 메타버스 및 NFT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솔라나’ 선택하면? 크립토 커뮤니티 공략 가능

SM이 NFT를 발행할 때 사용할 블록체인 플랫폼으로는 솔라나가 꼽히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취재 결과 SM은 사내에 NFT 담당자를 두고, NFT 발행을 위한 플랫폼으로 솔라나 블록체인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 이 프로듀서가 NFT 사업 계획을 밝힌 자리도 솔라나가 주최한 컨퍼런스다.

성공적인 NFT 사업을 위해선 NFT 구매에 익숙한 크립토(가상자산) 커뮤니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SM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도 NFT를 구매할 수 있으나, NFT 구매에 가상자산 지갑 설치 등 진입장벽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크립토 커뮤니티를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다.

솔라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비해선 커뮤니티가 약하지만, NFT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올해 들어 이더리움 기반 NFT 컬렉션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비슷한 컬렉션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들이 다수 생겼다. 그 중 솔라나 기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다.

크립토펑크, 보트 에이프 요트 클럽 등 이더리움 기반 캐릭터 NFT 컬렉션들이 인기를 얻자 솔라나 기반의 캐릭터 NFT 컬렉션 ‘퇴화된 유인원 아카데미(DAA·Degenerate Ape Academy)’도 완판 기록을 세운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솔라나 기반 NFT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따라서 솔라나를 중심으로 하는 NFT 커뮤니티와 팬층, 에스파 등 아티스트로 확보한 IP를 잘 활용하면 SM은 NFT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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