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무게 중심은 확연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전통적 대면 채널과 서비스에 충실했던 유통 공룡들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선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필수다. 네이버·쿠팡 등 e커머스 업체들을 추격하는 전통 유통공룡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 통합 온라인몰 7개월째 '시범 테스트'...퀵커머스 규제는 위협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까, 새로운 강자가 탄생할까.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 통합 GS리테일에 시선이 주목된다. 관건은 GS 통합 온라인몰 ‘마켓포’다. 이미 여러 쇼핑몰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새 선택지로 추가할 만큼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GS리테일은 ‘퀵커머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11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02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7254만원으로 16.0%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7월 흡수합병한 GS홈쇼핑 효과로, 사업 부문별로 편의점과 슈퍼 영업이익은 각각 6.7%, 1.6% 감소했다. 편의점은 지난 2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5.6% 감소했다. ‘코로나19에도 편의점 불황은 없다’는 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홈쇼핑도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번 분기 T커머스 채널 성장으로 취급액이 소폭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04억원 감소했다. 송출수수료·판촉비 등이 인상된 결과다. ‘단계적 일상완화(위드코로나)’로 편의점 업황이 개선될 전망이지만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은 필수다.
GS리테일은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강화해 오는 2025년까지 연간 취급액 15조5000억원에서 25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향후 5년간 디지털 커머스와 인프라 구축, 신사업 등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온·오프라인 융합을 위해서는 우선 오프라인에 치우쳐있던 GS리테일이 온라인 채널 몸집을 키워야 한다.
◆신세계·롯데 이어 GS도 ‘통합 온라인몰’...마켓컬리와 유사?=온라인 강화를 위해 만든 것이 GS 통합 온라인몰 ‘마켓포’다. 다만 지난 4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마켓포는 약 7개월이 지난 현재도 정식 출시 일정이 감감 무소식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공식 출시를 서두르기보다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서비스를 테스트하며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고 말했다.
마켓포는 식품·생활·뷰티 세 영역을 나누고 콘텐츠를 채우고 있다. 기존 GS리테일 온라인몰 ‘GS프레시몰’과 유기농 전문 온라인몰 ‘달리살다’,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 등이 입점했다. 동원F&B 반찬 배송업체 ‘더반찬’과 수산물 전문 스타트업 ‘얌테이블’ 등 외부 전문몰도 들어왔다. 모두 GS홈쇼핑이 투자했거나 협력하는 회사다. 최근 청소나 세차, 반값택배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홈쇼핑 중심 화장품들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GS리테일이 정한 방향 중 하나는 마켓포에 오픈마켓 전략을 취하지 않겠다는 것. 단기간 몸집을 키우기 위해 롯데온이나 SSG닷컴이 취한 방식과는 다른 행보다. 단 각종 카테고리에서 전문성을 갖춘 업체들을 입점한다는 방식은 오히려 마켓컬리가 지향하는 바와 유사하다. 장보기에 강점 있는 마켓컬리도 100% 직매입 방식에서 일부 판매자가 입점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마켓컬리 자체 상품 위원회를 통해 입점 검증을 거친 업체만 들어올 수 있다.
마켓포는 장보기 서비스에 생활밀착형 서비스까지 한데 모았지만 ‘종합몰’로서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단순히 상품 다각화로 소비자들을 새롭게 유입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이버·쿠팡 등 대형 업체들이 종합몰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데다 인테리어·패션·청소 등이 필요한 경우 버티컬 서비스 앱을 먼저 떠올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 B마트·쿠팡이츠마트 제치고 ‘퀵커머스 대장’ 될까=GS리테일이 구상하는 차별화 전략은 퀵커머스다. 전국 1만4688개 GS25 매장과 320여개 GS더프레시 매장을 배송기지로 활용해 필요한 물품을 주문 즉시 전달하는 구상이다.
GS리테일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도 물류·배달이다. 최근 인수를 마무리 한 위대한상상 ‘요기요’가 대표적이다. 요기요는 음식 외 생활용품·뷰티 등 빠른 배송 카테고리를 넓혀가고 있다. GS리테일이 어바웃펫·펫프렌즈 등에 투자한 만큼 향후 요기요에서 이와 관련한 품목도 판매할 수 있다. 요기요 인수 당시 GS리테일은 “(요기요에) 회사가 보유한 신선식품 소싱 역량이 더해지면 가정간편식(HMR) 구독 서비스 등 신규 사업과 연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콜드체인 물류스타트업 ‘팀프레시’에 전략적 투자자로 브릿지 라운드 펀딩 20억원을 투자, 상반기엔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지분 19.53%을 확보하기도 했다. 요기요 및 부릉을 통해 배달기사들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국내 퀵커머스는 현재 배달의민족 B마트가 주도하고 이를 쿠팡이츠마트가 추격하는 구도이지만, GS리테일이 전국단위 퀵커머스 서비스를 전개하게 되면 단번에 ‘퀵커머스 대장’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상공인 및 정치권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퀵커머스 사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GS리테일은 퀵커머스 서비스가 가맹점주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하지만 홍준호 한국마트협회 정책이사는 “퀵커머스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하려는데 GS리테일을 대상 기업에 넣을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퀵커머스가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1월경 예상되는 중간보고서 발표 시점에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퀵커머스 사업자도 기존 대형 점포들과 마찬가지로 상권영향평가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