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무게 중심은 확연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전통적 대면 채널과 서비스에 충실했던 유통 공룡들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선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필수다. 네이버·쿠팡 등 e커머스 업체들을 추격하는 전통 유통공룡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이커머스(e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지만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사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쇼핑 대표 강희태 부회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서 “올해를 재도약의 한 해로 삼아 거듭나겠다”고 언급한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10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온은 3분기 영업손실 4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이 180억원 늘었다. 매출 역시 14% 줄며 240억원에 그쳤다. 사업부 간 내부 회계처리 변경으로 50억원 가량 매출 감소 영향이 있었다. 영업적자 확대 요인은 광고판촉비 증가(39억), 온라인 시스템 자산이관으로 인한 감가상각비 증가(37억), 마트 온라인 물류비용 증가(114억) 등이다.
롯데온 올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1100억원에 이르게 됐다. 다만 같은 기간 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15% 정도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액이 늘었지만 매출이 정체, 영업적자가 늘었다는 건 우선 수익성보다 시장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e커머스 관계자는 “수익률이 낮은 상품권이나 대형가전 등을 전략적으로 판매하면 사실 거래액 늘리기는 쉽다. 다만 그럴 경우 매출은 늘지 않고 적자는 늘어난다”며 “예전 e커머스들은 계획된 적자, 거래액 폭증 등을 강조하긴 했지만 이젠 영업이익을 내거나 적자 폭을 줄이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롯데온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거래액을 늘리는 데 치중해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가 3강 구도로 자리잡은 가운데 11번가는 아마존과 협업을, 입소문으로 성장한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내년 2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위상을 잃는다는 건 롯데온에서 나아가 롯데쇼핑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분기엔 할인점(대형마트)을 포함한 모든 사업 부문 실적이 모두 부진했다.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5% 줄고 매출 역시 8.4% 감소한 1조4810억원이다. 홈쇼핑·하이마트도 부진했다. 롯데홈쇼핑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감소, 하이마트 영업이익도 9% 줄었다.
롯데온은 온라인 사업전환이 늦었다는 지적 속에 지난해 4월 출범했다. 당시 ‘e커머스판 넷플릭스가 되겠다’고 강조했지만 초반 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한 결제오류·오배송 등이 이어지며 소비자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올해 출범 2년차를 맞아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지난 8월 롯데쇼핑 내 온라인 사업 주체를 e커머스 사업부로 통합했다. 백화점·마트·롭스 등 각 사업부 온라인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온라인 사업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롯데하이마트나 롯데홈쇼핑은 별도 법인으로 존재해 조직 통합이 어려울뿐더러 데이터 통합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롯데온에 입점한 하이마트에서 대형가전을 주문했을 시 생기는 배송지연 문제 등을 소비자가 롯데온에 문의하면 하이마트 담당자가 답변을 남긴다. 하지만 고객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답변이 어렵다는 대답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대형가전은 금액대가 높아 거래액을 크게 늘리는 데 효과적인 품목이지만 롯데온은 이 마저도 긍정적 소비자경험을 충족시키지 못해 충성고객 유입에 실패한 격이다. 롯데쇼핑이 “하이마트·홈쇼핑 등 상품도 롯데온에서 노출되고 있다”며 “법인과 근무지가 모두 다르지만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e커머스 시장 내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빠른 배송에 대한 투자도 경쟁사 대비 소극적인 편이다. 롯데온은 롯데슈퍼와 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일부 지역에 1~3시간 이내 바로배송을 서비스 중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들이 나란히 IPO까지 준비하는 것과 달리 롯데온은 지난달 새벽배송관을 신설해 시범운영했다. 오픈마켓 셀러들의 빠른 배송을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협업, 풀필먼트센터를 마련 중이지만 같은 목적으로 쿠팡·신세계 등이 물류센터 구축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규모로 대적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도 내년 성장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올해 많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백화점·마트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는 마트 내 숍인숍 매장만 유지, 로드숍 67곳을 철수해 몸집을 가볍게 했다. 동시에 중고나라와 한샘을 인수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도 롯데쇼핑 장기 성장성에 대해 두고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경민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방면으로 비용 효율화를 하고 있어 실적 개선의 여지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는 경쟁력이 없다”며 “온라인 시장에서 뚜렷한 방향 설정을 통해 점유율 확보가 예상될 수 있어야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