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흥행에 모바일게임 우후죽순…과도한 광고 시청은 덤
-해외 게임개발사, 지적재산권 침해 관련 의심 피하기 주력
-타이틀에 관련 키워드 빼고, ‘양갈래 머리 소녀 인형’ 단발로 변경까지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돈은 제3의 국가가 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열풍이 계속되면서 수많은 카피 게임이 양산되고 있다. 베트남부터 이스라엘, 러시아 등 오징어게임 지적재산권(IP)과 전혀 관련 없는 국가에 소재를 둔 게임개발사까지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17일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콘셉트 게임 ‘케이게임즈 챌린지’, ‘456:서바이벌’ 등은 주요 국가에서 인기게임 상위권을 차지 중이다.

케이게임즈 챌린지는 백십일퍼센트(111%) 자회사 슈퍼센트가 만든 모바일 아케이드 게임이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속 스릴 넘치는 다양한 게임을 이용자가 직접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화면 터치만으로도 쉽고 간단하게 즐기길 수 있다. 17일 기준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2위, 미국 구글플레이 6위, 일본 애플 앱스토어 24위를 차지했다.

베트남 소재 욜로게임스튜디오 ‘456:서바이벌’은 케이게임즈 챌린지와 전개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액션 게임으로 분류됐다. 이날 한국 구글플레이 인기게임 3위, 미국 구글플레이 인기게임 2위를 기록했다.

같은 날 일본과 미국, 대만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인기게임 3·4·2위에 오른 러시아 게임개발사 이들모글 ‘캔디챌린지3D’는 달고나 뽑기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유리다리 건너기 게임을 무한 반복한다. 직원 50여명 규모 이스라엘 게임 개발사 콥게임즈스튜디오는 달고나 게임 위주 ‘쿠키 카버: 라이프 챌린지’를 선보이며 인기 몰이 중이다.

이들 게임은 출시 시기가 모두 10월 둘째 주 이후이며, 사업모델도 같다. 게임 이용자에게 광고 영상 시청을 강제하는 식이다. 하이퍼캐주얼 장르 특성상 확률형 아이템 등은 없고, 따라서 과금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다만 컨트롤을 잘못해 캐릭터가 죽으면, 목숨을 다시 얻기 위해 광고 영상을 봐야 한다. 달고나 뽑기 게임에서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많은 이유다.

심지어 이용자가 게임 내 본인 국적을 변경할 때도 광고를 봐야 한다. 케이게임즈 챌린지는 무조건 미국 국적으로 시작된다. “필요 이상의 광고 시청 유도가 게임 플레이를 방해한다”는 평가도 상당수 나온다.

456:서바이벌 게임을 제외하면 최근 카피게임 타이틀에서 오징어게임 관련 키워드를 찾기 어렵다. 앱 마켓에서의 IP 관련 대응을 피하기 위해 개발사가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는 IP를 침해해 만든 게임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게임을 마켓에서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양갈래 머리 소녀 인형’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헤어스타일만 단발로 바꾼 사례도 등장했다.

물론 넷플릭스나 게임개발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등 전통 게임에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다만 넷플릭스가 법적 대응을 공식화할 경우, 오징어게임에서만 볼 수 있었던 비주얼이나 이를 떠올리게 하는 카피 게임은 향후 법적 공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피게임은 다른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할 수 없다. 이에 미국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도 오징어게임 흥행 호재를 누리게 됐다. 일부 이용자는 플랫폼을 활용해 오징어게임 패러디 게임방을 제작하거나, 이를 다른 이용자와 공유해 함께 즐기고 있다. 로블록스는 이달 들어 미국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톱(Top)3을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