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 2분기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매장 활성화와 모바일 마케팅 강화, 송출수수료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홈쇼핑 업계가 유료방송사들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는 지난해 처음 방송매출 절반을 넘어섰다. 협력업체에게 받는 판매수수료는 낮춰야 하는데 송출수수료는 높아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23일 홈쇼핑 업계는 매년 20~30%씩 상승하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지속 토로하고 있지만 정부에선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홈쇼핑업체들은 정체된 시장의 돌파구로 TV·모바일 콘텐츠 변화 및 강화를 시도 중이다.
홈쇼핑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건 ‘라이브커머스’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그립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판매자 ‘누구나’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수 있단 점을 내세우는 반면 홈쇼핑사들은 ‘전문성’을 강조한다. 자체 보유한 방송 제작 기반 및 생방송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신산업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운영 방식은 회사나 방송마다 다르다. 다만 모바일에서도 고정 프로그램 등 힘을 싣는 방송에선 TV에서 상품을 팔 때와 마찬가지로 PD 및 상품기획자(MD), 전문 쇼호스트들이 그 방송을 전담해 운영한다. 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은 자체적으로 ‘라방’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TV 유명 쇼호스트들이 모바일 방송으로 분야를 넓히기도 한다. 홈쇼핑 PD 및 MD ‘몸값’이 높아진 이유도 이와 연관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쿠팡 등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는 IT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 라이브커머스도 전문 인력들이 돕긴 하지만 방송이 워낙 많고 진행방식도 달라 이들 연출력과 기획력 등이 방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홈쇼핑과 사뭇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까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가 홈쇼핑 수익구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TV 고정 수요층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높기도 하지만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수수료는 홈쇼핑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TV홈쇼핑 정률수수료는 평균 33.9%다.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 수수료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모바일 사업 강화가 불가피한 건 TV홈쇼핑으로만으론 더 이상 지속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홈쇼핑업체들은 일제히 라이브커머스 방송횟수를 늘리는 추세다.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활성화를 위해 CJ온스타일은 TV방송과 시너지도 늘리고 있다. 자체상품(PB) 전용 라이브커머스 ‘더엣지 라이브쇼’를 론칭하는 한편 동시간대 TV방송으로도 더엣지 상품을 판매한다. TV와 모바일에서 공통 브랜드를 다루되 상품 및 판매자를 다르게 한 방송을 동시간대 송출해 소비자들이 두 채널을 번갈아보며 쇼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지난 9일 '더엣지 라이브쇼'를 TV방송과 30분간 동시 편성한 결과 일주일전 론칭 방송 대비 시청자 수는 약 7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TV홈쇼핑 프로그램도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나타난다. 홈앤쇼핑은 지난 5월부터 오전 10시~11시 사이 10분간 진행하는 ‘초특가마켓’ 방송을 편성했다. 이는 기존 약 1시간 가량 방송에서 벗어나는 파격적인 시도다. MZ세대가 새로운 소비 축으로 떠오르며 긴 방송보단 짧고 간결한 방송을 선호하는 심리를 공략했다는 설명이다. 홈앤쇼핑은 약 30회 방송으로 20억 가량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해 2월 20분가량 진행하는 ‘쇼킹쇼핑’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씨나 시즌 이슈, 트렌드 등을 고려해 상품을 상시 편성해 판매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 확산 시즌에 KF94 마스크를, SNS 화제상품우로 떠오른 ‘한국판 납작복숭아’를 상시 편성해 1회 방송 평균 2000세트 전후로 판매했다는 설명이다. 현대홈쇼핑은 40분짜리 미니 프로그램을 올해 월평균 20회씩 편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20분 짧게 진행하는 TV홈쇼핑은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이슈에 대해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면서 “1시간 방송에 맞춰 대규모 물량을 준비하기 힘들었던 중소기업들도 적은 재고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