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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터리 이어 디스플레이도 中에 1위 내줬다 [IT클로즈업]

김도현

- CATL·BOE, 대규모 투자로 국내 기업 제치고 선두 등극
- 기술력 향상으로 대형 고객사까지 확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기업이 배터리에 이어 디스플레이 1위로 올라섰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자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결과다. 수익 확대는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질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어 국내 업체는 비상이다.

◆BOE, 화웨이 없이도 삼성·LG 제쳐=1일 BOE는 2021년 상반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 1073억위안(약 19조2500억원), 순이익 128억위안(약 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89.04%와 1023.9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매출 13조7900억원, 13조85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6400억원과 1조2240억원이다. 양사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27% 상승 및 흑자전환했다.

두 회사 역시 반등했으나 BOE에 밀렸다. BOE의 상반기 실적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앞지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희비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엇갈렸다. 수년 전부터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저가물량 공세를 통해 LCD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 업체들은 한물간 LCD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언택트) 일상화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TV 노트북 등 수요가 늘어나면서 LCD 몸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OLED 비중이 50% 이상까지 올랐으나 나머지 분야에서는 LCD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TV 시장 1~2위 삼성전자와 LG전자도 BOE 등 중국 LCD를 활용한다. 가격 협상 우위에 선 중국 업체들은 LCD 가격을 지속 인상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작년 대비 2배 이상 높은 상태다. 결과적으로 BOE는 실적이 큰 폭으로 향상됐고 삼성전자 등은 원가 부담이 확대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OLED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BOE는 중국 정부 지원을 통해 대형 투자를 진행해왔다. 실적 개선으로 자금 자체 조달까지 가능해졌다.

현재 BOE는 6세대 OLED 공장 B7(청두)과 B11(멘양)을 가동하고 있다. 세 번째 라인 B12는 충칭에 마련되고 있다. 연내 가동 예정이다. 본격 가동 시 중소형 OLED 1위 삼성디스플레이 못지 않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CSOT 등은 LG디스플레이가 독점 중인 대형 OLED 공략에 나선 상태다.

BOE는 미국 제재 여파로 스마트폰 사업 차질을 빚은 화웨이 대신 애플과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 패널 공급을 도전하고 있다. 아직 정식물량 납품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아이폰 리퍼비시용 OLED 공급을 시작했고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에 OLED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고객사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약 4년 만에 중소형 OLED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팹 일부를 OLED 전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에 3조3000억원을 들여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BOE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경쟁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배터리 1위 등극 CATL 광폭행보=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 CATL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선두자리를 지켜내겠다는 의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해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총 231.7기가와트시(GWh)로 전년동기대비 231.7% 늘었다. 2위 LG에너지솔루션도 작년 상반기보다 170.9% 상승한 28.1GWh를 기록했으나 CATL에 밀렸다. 1일 발표된 7월 사용량에서도 CATL은 7.4GWh로 LG에너지솔루션(5.1GWh)과 격차를 벌렸다.

이는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CATL은 2021년 상반기 매출 441억위안(약 7조9200억원), 순이익 45억위안(약 81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134.1%와 131.5%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CATL은 배터리 공장 증설에 한창이다. 건설 중인 독일 공장은 이르면 올해 말 가동한다. 가동 시 연내 배터리 생산능력이 200GWh까지 확대된다. 작년 기준 국내 배터리 3사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6월에는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인근 부지에 신공장을 설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푸젠성 쓰촨성 장쑤성 등과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도 생산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완성차업체를 공략하고 있다. 니켈 코발트 망간(NCM)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 측면에서 떨어지나 안정성과 가격에서 우위를 보인다. 이를 통해 테슬라 BMW 폭스바겐 등과 거래를 텄다. 지리자동차 BYD 등 자국 업체는 물론 글로벌 업체까지 확보한 셈이다.

지난 7월 CATL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리튬 코발트 등 값비싼 광물 대신 나트륨을 활용해 원가 절감에 나서는 차원이다. 2023년까지 공급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현실화하면 가격 경쟁력이 대폭 상승하게 된다.

디스플레이와 달리 배터리는 소재 시장까지 중국이 꽉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양극재 57.8% ▲음극재 66.4% ▲분리막 54.6% ▲전해질은 71.7% 등이다.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를 비롯해 리튬 니켈 망간 알루미늄 등도 중국이 주도하는 분야다. CATL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현대차 및 GM 리콜 사태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이어 또 다른 악재가 등장한 셈이다. 기업공개(IPO) 일정 지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저가 공세를 앞세운 CATL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라면서 “국내 업체들도 증설에 나서고 있으나 여러 이슈가 겹치면서 발목 잡히고 있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빠르게 극복하지 못하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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