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11번가가 지난 8월10일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고객들에 대해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전액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26일 11번가에 따르면 머지포인트가 제휴처를 대폭 줄인다는 공지를 올리기 전날인 10일, 11번가에서 상품권을 구매한 고객들에겐 핀 번호 등록 여부 상관없이 환불 해주기로 했다. 단 청약철회 조건에 따라 구매자가 직접 11번가에 환불 요청해야지만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상품권을 포인트로 바꾸지 않은 고객들에 대해선 이미 전날 환불 처리를 진행했고 포인트 전환한 고객들도 환불을 요청한 경우 이에 응하고 있다. 이는 11번가가 상품에 하자가 있을 때 이를 인지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법을 확대 적용한 결과다.
11번가 측은 “머지포인트는 제휴처가 축소됐을 뿐 엄밀히 상품권에 하자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구매자 피해 구제가 우선이라 판단해 비용적 손해를 고려하지 않고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머지포인트 환불 움직임이 11번가를 시작으로 e커머스 전체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1번가의 경우 최근 한 달 중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날은 8월10일 하루뿐이었다. 이는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불거진 하루 전날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상품권을 포인트로 아직 전환하지 않았을 확률이 다른 곳보다 높다. 앱에 등록된 포인트를 이미 사용하고 온라인 몰에 환불 요청하는 중복환불 문제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즉 11번가가 이미 포인트 전환한 구매자들까지 환불해준다 해도 다른 e커머스 업체들보다 손실 규모가 작을 수 있다는 의미다.
11번가는 가장 최근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만큼 아직 입점업체에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불 처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메프·티몬·G마켓은 구매자 구제 여부에 대해 확인 중이라면서도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자들이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후 앱에 등록해 현금성 ‘머지머니’로 이미 전환했다면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e커머스는 판매 경로일 뿐 상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이유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이미 판매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사용자가 구매한 상품권 중 실제 얼마를 결제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머지포인트 회생이 어려워보이는 상황에서 오픈마켓 업체가 전부 책임을 지기엔 재무적 부담도 있다”고 전했다.
포인트로 전환하지 않은 상품권(핀번호 미등록)들은 11번가뿐 아니라 위메프·티몬·G마켓 등 다른 e커머스 업체도 모두 환불을 진행했다.
한편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는 머지포인트는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 가능한 상품권이다. 그러나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사업을 운영해오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됐다. 지난 11일 오후 당국의 전자금융업 등록 요청을 이유로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머지포인트 발행액은 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머지포인트 사태 발생 후 상품 검증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에서 판매 중개한 e커머스 업체에도 책임론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