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가 현대HCN을 품에 안고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 자리를 굳건히 하며, 미디어 전략 퍼즐을 맞추고 있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KT 위성방송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인허가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인수 확정인 셈이다.

이에 따라 KT그룹 유료방송시장점유율은 현대HCN 3.74%를 더해 총 35.46%를 확보하게 됐다. 33% 점유율 족쇄였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폐지된 덕이다.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을 인수한 LG유플러스 계열은 25.16%가 2위로, KT와는 10%p 이상 격차를 보인다. 티브로드를 합병한 SK브로드밴드 점유율은 24.65%다.

구현모 KT 대표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을 주창하며 미디어 사업 재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이번 현대HCN인수는 이 같은 미디어 포트폴리오 핵심 중 하나다. 현대HCN을 통해 유료방송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가입자 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늘어난 가입자 기반과 시장지배력은 추후 신규 미디어 사업 추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번 공정위 조건부 승인은 인수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지 약 1년1개월만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KT는 올해 1월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그룹 미디어‧콘텐츠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을, KT스튜디오지니가 현대HCN 자회사 현대미디어를 인수하기로 했다.

스튜디오지니는 ▲유통(KTH) ▲원천지적재산권(스토리위즈) ▲채널(스카이TV) ▲유료방송플랫폼(올레tv, 스카이라이프) ▲온라인동영상서비스(시즌) ▲방송채널사용사업자(현대미디어)로 구성된 미디어 생태계를 확보하고, 콘텐츠 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아울러, KT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OTT 시즌은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

이처럼 KT는 미디어 사업에서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기는 사업구조 재편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추가적인 유료방송시장 내 M&A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아직 M&A를 매듭지지 못한 케이블TV사업자는 딜라이브와 CMB다. 점유율은 각각 5.8%, 4.34%이다. 딜라이브와 CMB를 LG유플러스가 모두 가져가야만 KT와 비등비등해진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KT는 지난해 딜라이브 예비입찰에 참가하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이미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부터 마무리 지어야 한다. 딜라이브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최근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매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인수조건으로 ▲케이블TV 수신료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단체가입 수신계약 체결거부·해지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신규가입·전환가입 때 불이익조건 부과행위 ▲수신계약 연장·전환 거부 ▲고가형 상품전환 강요를 금지하고, 채널구성내역과 수신료 홈페이지 게재·사전고지 의무 등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및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과기정통부 인허가 및 심사 완료까지는 2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