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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기업 상반기 실적①] 달라진 시장환경, 누가 웃었나...안랩·시큐아이·이글루시큐리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정보보안 기업들의 사업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된 가운데 큼직한 보안사고가 연달아 발생함에 따라 기업·기관의 보안 투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2021년 상반기 국내 정보보안 시장의 지형에는 다소 변화가 있었다. 작년 연 매출 3146억원을 기록했던 국내 1위 정보보안 기업인 SK인포섹은 같은 SK계열사인 물리보안기업 ADT캡스와 통합됐다. 1분기부터 별도 정보보안 매출을 공개하지 않게 됐다.

매출 기준 2, 3위 기업인 안랩과 시큐아이는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순위를 유지했지만 작년 기준 4위인 윈스는 전년동기대비 실적이 악화, 한 단계 내려간 5위가 됐다. 그 사이 실적 성장을 이뤄낸 이글루시큐리티가 국내 4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2015년 이후 상반기 매출 연평균 10% 성장한 안랩

국내 대표 보안기업으로 꼽히는 안랩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897억원으로 5.3%의 성장을 이뤄냈다. 영업이익은 3..6% 감소한 81억원이다.

안랩의 실적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 2015년 이후 한 해도 거름 없이 계단식 성장을 이뤄왔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상반기 매출액 571억원에서 올해 897억원까지, 6년간 연평균 약 10%가량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V3를 비롯한 자사 보안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를 판매가 크게 늘었다. 작년 572억원이던 보안 SW·HW 매출은 640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71.3%가 보안 SW·HW 판매에서 발생했다.

가장 매출 성장 폭이 큰 것은 보안 컨설팅 사업이다. 작년 상반기 기준 23억원의 매출을 거뒀던 보안 컨설팅은 올해 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8%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보안 컨설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에서 4.3%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보안 시스템 도입 강화를 고려하는 기업·기관 증가에 더해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과 같은 법·제도 변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본격화되는 클라우드 도입도 컨설팅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외부 상품을 판매하는 상품매출과 관제서비스 매출은 다소 감소했다. 각각 30억원, 1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8.1%, 5.3% 줄었다. 정보제공 및 수임임대료 매출은 전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해외 매출도 뒷걸음질쳤다. 올해 상반기 34억원가량으로 전년동기대비 21.5%가량 하락했다.

긍정·부정 요소가 혼재해 있지만 안랩의 향후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대부분의 국내 보안기업은 특정 분야나 1~2개의 솔루션에 집중하는 편인데, 안랩은 백신을 비롯해 방화벽, 침입방지시스템(IPS),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 보안오케스트레이션 자동화 및 대응(SOAR) 등 광범위한 보안 솔루션·서비스를 두루 갖췄다.

최근에는 보안기업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운영기술/산업제어시스템(OT/ICS) 및 클라우드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시장 변화도 빠르게 쫓는 중이다. 자체 기술개발에 더해 다른 기업과의 기술 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ADT캡스와 OT/ICS 보안 사업 제휴를 맺으며 국내 1·2위 보안기업이 손을 잡는 이색적인 풍경도 그러졌다.

◆수익성 개선 고삐 죄는 시큐아이··· 높아지는 내부거래 비율은 부담

시큐아이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545억원, 영업이익 35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7%, 1862% 상승했다. 매출상승보다는 영업이익률 개선이 부각되는데, 이는 지난 몇 년간의 기업 체질개선 노력에 따른 성과다.

시큐아이의 사업은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제품매출’ ▲타사 제품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상품매출’ ▲정보보안 솔루션 유지관리 및 관제, 보안컨설팅 사업인 ‘용역매출’ 등 3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이중 상품매출은 타 사업 부문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낮을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시큐아이의 상품매출은 67억원인데, 매입을 위해 들인 금액은 60억원이다. 매출이익률이 9.6%가량에 불과한 수준이다. 매출이익률이 66.2%인 제품매출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시큐아이는 2019년 상반기부터 올해까지 상품매출 의존도를 줄임과 동시에 제품·용역매출 증가에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2019년부터 올해까지 상반기 기준 시큐아이의 매출 구성은 ▲제품 매출 29.6%→32%→40% ▲상품매출 39.8%→24.5%→12% ▲용역매출 30.6%→43.5%→48% 등으로 변했다.

이와 같은 기업 체질 개선을, 매출 성장과 동시에 이뤄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시큐아이는 10년 연속 국내 네트워크 방화벽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낮은 수익률이라는 약점을 극복한 상황에서 관련 시장의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다만 높은 내부거래 비율은 우려의 대상이다. 시큐아이는 삼성SDS를 비롯한 삼성전자, 에스원 등을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 기준 20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모회사인 삼성SDS에 122억원,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에 33억원, 삼성전자에 14억원 등의 내부거래가 발생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4.4% 높아진 수치다. 2020년 상반기에는 내부거래로 17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삼성SDS 93억원, 에스원 29억원, 삼성전자 11억원 등이다. 내부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내부거래 비율은 2020년 상반기 34.5%에서 36.9%로 1.4% 증가했다.

◆연매출 ‘1000억클럽’에 다가서는 이글루시큐리티

이글루시큐리티는 상반기 매출액 404억원, 영업이익 13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9.6%, 23.9%의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2015년 상반기 매출액 248억원에서 6년새 63.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하반기 실적에는 더욱 기대가 모인다. 국내 보안기업은 하반기에 실적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이글루시큐리티 역시 마찬가지다. 작년 이글루시큐리티는 하반기 매출액 447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성장 기조를 이어간다면 올해 연매출 900억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실적 향상은 주력 사업인 보안관제 매출 상승에 힘입은 결과다. 상반기 전체 매출의 92.2%가 용역매출이다.

시장 상황은 이글루시큐리티에 우호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에 힘입어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개별 기업·기관이 직접 보안 시스템을 운영·관제할 수는 없는 만큼 보안관제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올해 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회사무처, 우정사업본부 관제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하지만 순조로운 매출 성장과 달리 영업이익은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보안관제 사업의 특성 탓이다. 보안관제 사업은 많은 인력이 요구되다 보니 수익성이 나쁜 편인데, 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인건비 등을 제하면 이익이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숙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작년 기준 매출의 44%가량을 임직원 급여로 지출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5.9%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글루시큐리티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인공지능(AI) 기반의 보안관제, SOAR, 통합로그관리 등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추세인 용역매출과 달리 솔루션매출은 3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9% 감소했다.

신뢰가 중요한 보안제품 특성상 제품 출시 후 판매까지의 텀이 다소 길다는 점은 고려 대상이다. 이글루시큐리티가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는 솔루션의 본격적인 판매가 본격정그로 이뤄질 때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윈스 실적 하락··· 이유는 “작년 실적이 너무 좋아서”

국내 IPS 시장 1위 기업인 윈스는 역대 최다 실적 경신을 이뤄낸 다른 기업과 달리 역성장했다. 상반기 매출액 330억원, 영업이익 37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27.6%, 62.3% 하락했다.

실적 악화는 단기 특수의 소멸 때문이다. 윈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서 312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동기 319억원에 비해 2%가량 줄어든 수치다. 반면 해외매출은 138억원에서 18억원으로 86.8% 감소했다.

윈스의 해외매출은 일본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작년에는 일본 통신사를 상대로 40기가(G)급 IPS를 수출다. 도쿄 올림픽을 전후로 5세대(G) 통신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된 단기 특수다. 결과적으로 사업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재무제표상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역(逆) 기저효과인 셈이다.

해외수출이 줄어듦에 따라 윈스의 매출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전체 매출 중 IPS 및 방화벽 등 제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2%에서 올해 44%로, 보안관제 및 컨설팅, 유지관리의 서비스 매출은 30.1%에서 47.4%로 변했다. 제품 매출보다 서비스 매출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다.

윈스는 100G급 IPS 판매 및 클라우드 매니지드서비스 사업 진출로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윈스는 7~8월 일본 통신사에 100G급 IPS의 초도물량 30대를 납품한다고 밝혔다. 100G급 IPS가 1대당 수억원상당의 제품인 만큼 하반기에는 상당한 해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초도물량인 만큼 이후 지속적인 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반기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목표로 설정한 실적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윈스는 올해 가이던스로 매출액 1040억원을 제시했다. 상반기 매출액이 330억원인 상황에서 목표를 이뤄내려면 하반기에 710억원의 매출을 거둬야 한다. 작년 윈스의 하반기 작년 윈스의 매출액은 481억원이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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