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쇼핑 환경의 자연스러운 변화일까, 연속적인 우편료 인상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과거 온라인쇼핑 시장 주요 채널 중 하나였던 홈쇼핑 카탈로그 쇼핑이 존폐 위기를 맞게 됐다. 카탈로그 쇼핑은 홈쇼핑 책자에 나열된 상품들을 보고 전화 혹은 카카오톡에서 상품코드를 입력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탈로그 쇼핑을 운영하는 곳은 NS홈쇼핑과 롯데홈쇼핑 두 군데뿐이다. 카탈로그 쇼핑은 2012년 홈쇼핑 시장에서 매출 719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3년 이후 우편요금제 단가 인상과 모바일 시장 확대 등으로 축소됐다. 이에 2017년 현대홈쇼핑을 시작으로 2019년 CJ ENM, GS홈쇼핑이 카탈로그 쇼핑 사업에서 철수했다.
문제는 우정사업본부가 3년 연속 우편료를 인상하거나 감액률을 축소하면서 카탈로그 쇼핑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자들도 사업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우편요금을 9월1일부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31개 중량 구간별 국내우편요금은 평균 50원씩 오른다.
당시 우정사업본부는 “모바일 전자고지 등 비대면·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인해 우편물량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우편영업 손실이 지난해 기준 1239억 원에 달하는 등 적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보편적 우편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우편요금을 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도 우편료가 간헐적으로 인상되긴 했지만 2019년 우편료 인상, 작년 감액률 축소에 이어 올해 또 우편료를 인상하면 사업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며 “인상 배경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사업자들이 기반을 만들어놓도록 인상 시기 유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이번 인상할 경우 최근 3년간 우편료는 직전 3년과 대비해 27%(500g 미만 최대 감액률 적용 대비) 오르게 된다. 올해 7월 기준 NS·롯데홈쇼핑 연간 비용 증가 예상액은 4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편료 인상 시기가 연기될 일은 없을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서 당시 고시를 했고 9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 일정을 연기하거나 그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카탈로그 쇼핑은 중소기업 판로 역할을 한다는 공익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NS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이 카탈로그 쇼핑 사업을 유지하는 이유는 여전히 중장년층 중심으로 고정 수요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NS홈쇼핑은 월간 총 106만부를 발행하는 1위 사업자다. 지난해 카탈로그 매출만 1534억원으로 전체 매출 중 10.1%를 차지했다. 카탈로그 쇼핑은 성장률은 둔화했어도 감소 추세로 돌아서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롯데홈쇼핑도 최근 3년간 카탈로그 이용고객을 분석한 결과 5060세대가 전체 약 80%를 차지하며 이들 주문액은 매년 10%씩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쇼핑 일환으로 증가율이 더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홈쇼핑 업계는 TV홈쇼핑 송출수수료 부담과 이제 막 본격화한 모바일 사업 강화 등으로 격변기에 놓여있다. 주요 경쟁사들이 대거 철수한 카탈로그 쇼핑은 전체 매출 중 비중이 작더라도 놓치기엔 아쉬운 영역이 된 셈이다. 카탈로그 내 다양한 편집 매장을 운영하고 읽을 거리 제공, 카카오톡 주문 연계 등 발전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우편료가 인상돼 수익성은 악화할 수 있겠지만 손실이 아니기에 지속 운영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양사는 오는 9월 우편료 인상 후에도 “부담은 되겠지만 당장 사업을 철수하지 않고 최대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카탈로그 쇼핑 본질적인 위기는 우편료 인상보다 모바일 쇼핑 확산이라는 환경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중장년층도 모바일 쇼핑 주요 고객이 돼가면서 카탈로그 쇼핑 대체수단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정된 수요’가 사라지는 게 더 큰 위협이라는 의미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이전엔 생소한 중소기업 제품 정보는 얻기가 어려웠지만 이제 중장년층도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하면 제품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게 됐다”며 “가격비교도 쉽게 할 수 있어 카탈로그 책자에 할인가를 기재하거나 제품 설명하는 게 점차 무의미해져 가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