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LG-SK 2라운드 돌입…배터리 소송전 이어 '소재전' [IT클로즈업]

김도현

- 양극재·분리막·동박 등 핵심 소재 내재화 진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LG그룹과 SK그룹이 다시 맞붙는다. 양사는 2년간 소송을 끝내고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배터리(가칭)가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계열사에서 소재 내재화를 진행하는 구도다.

4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할을 공식화했다. 오는 10월1일 SK배터리를 출범할 예정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을 분리한 LG화학과 같은 행보다. 연간 3조원 이상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결정이다.

두 회사는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생산거점에서 공격적으로 증설 중이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각각 배터리 수주잔고가 180조원(LG), 130조원(SK)에 달할 정도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그동안 배터리 소재는 중국 일본 등 외산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배터리 경쟁국이기도 하다. 배터리 생산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로서는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구축이 과제로 떠올랐다. 아울러 배터리 소재 시장은 올해 39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으로 커질 ‘금맥’이다. LG그룹과 SK그룹이 해당 사업 육성에 나선 이유다.
◆LG화학, 5년 내 양극재 캐파 7배↑ 목표=LG그룹은 LG화학이 소재 사업 전반을 아우른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개최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통해 2025년까지 주요 소재 분야에 6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이 가장 집중하는 제품은 양극재다. 배터리의 원가 40%를 차지하고 에너지밀도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LG화학은 연내 경북 구미에 6만톤 규모 공장을 착공한다. 앞서 중국 화유코발트와 양극재 합작사(JV)를 세우기도 했다. LG화학의 양극재 생산능력(캐파)는 작년 기준 연산 4만톤에서 2026년 26만톤으로 7배 확대될 예정이다.

양극재 원료인 리튬 니켈 등 메탈 분야는 광산 업체와 JV 체결을 준비 중이다. 고려아연 등이 협력 대상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지 광산을 통한 원료 조달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배터리 화재 방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리막 시장에도 뛰어든다. 지난달 29일 LG전자의 분리막 사업을 52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코팅하지 않은 분리막 필름(베어필름)을 코팅하는 역할 담당해왔다. 안정성 강화 분리막(SRS) 관련 특허 일부를 공동 보유 중인 도레이와는 분리막 JV 설립을 논의 중이다. LG화학은 분리막 원료인 고분자 폴리에틸렌(PE) 자체 조달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 전해질 첨가제·음극 바인더·방열 접착제·탄소나노튜브(CNT) 등 사업도 운영한다. CNT의 경우 상반기 전남 여수 2공장을 가동하면서 총 1700톤 캐파를 확보했다. 연내 3공장도 착공한다. 오는 2025년까지 5000톤 이상 캐파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동박 제조업체 솔루스첨단소재와 중국 더푸에 수 백억원을 투자하는 등 잠재적 사업군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SKIET·SKC·SK머티리얼즈·SK이노 ‘총출동’=SK그룹은 복수의 계열사가 합세했다. 지난 5월 상장한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대표적이다. SKIET는 습식 분리막 1위 기업이다. 중국 폴란드 등에서 증설 중이다. 오는 2024년 캐파 목표는 27억3000만제곱미터(㎡)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273만대 분량에 달한다.

SKC는 SK넥실리스(전 KCFT) 인수를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시작했다. SK넥실리스는 동박 제조사다. 지난 6월 전북 정읍 5공장을 조기 가동하고 6공장 준공 일정을 앞당기는 등 수요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공 시 국내 캐파는 5만2000톤 수준이다.

7700억원을 투입해 말레이시아에 5만톤 규모 공장도 짓는다. 유럽 미국 등 투자도 준비 중이다. 지역별로 5만톤 증설을 추진해 오는 2025년까지 국내외 20만톤 캐파를 확보할 방침이다. SKC는 차세대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달 20일 미국 그룹14테크놀로지와 JV를 세우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는 604억원을 투입하며 JV 본사는 국내에 들어선다. 그룹14는 차세대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특허를 보유한 업체다.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밀도를 50% 이상 높일 수 있다. 양사는 2023년부터 실리콘 음극재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배터리 사업을 떼어낼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중국 EVE에너지, BTR과 JV를 설립했다. 양극재 내재화 차원이다.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기도 했다. 이미 상용화한 니켈 코발트 망간 회수 기술은 물론 순도가 높은 수산화리튬까지 회수해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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